中펀드 광풍 3년… 돈 좀 만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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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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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사 펀드 “아직 마이너스”
해외사 펀드 “이미 플러스로”
종목선정-환율예측 등 국내사 경험-실력 부족



《이 나라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1시간 넘게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상담 차례가 돼 어떤 식으로 투자하는지 묻기라도 할라치면 점심시간에 짬을 내서 온 다른 투자자들에게서 ‘그만하라’는 원성을 들었다. 투자를 하기만 하면 황금알을 낳을 것만 같았다. ‘광풍(狂風)’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었던 2007년 중국펀드 이야기다. 3년의 세월이 흘렀다. 많은 전문가가 ‘장기투자’라고 말하는 기간이 지난 지금도 중국펀드의 수익률은 여전히 마이너스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중국증시가 요동을 쳤기 때문이라고 운용사들은 설명한다. 하지만 해외에서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설정한 중국펀드의 3년 수익률은 플러스로 돌아섰다. 이들의 수익률을 갈라놓은 차이점은 무엇일까.》

○ 해외는 높고 국내는 낮아

15일 펀드평가사 제로인과 리퍼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자산규모 100억 원 이상, 1년 이상 운용된 중국펀드 34개의 1년 평균수익률은 10.13%였다. 하지만 2년 수익률은 ―22.55%, 3년 수익률은 ―10.28%다. 반면 해외에 설정된 자산규모 1억 달러 이상, 1년 이상 운용된 중국펀드 27개의 3년 평균 수익률은 1.60%로 플러스가 됐다. 1년 수익률은 13.65%, 2년 수익률은 ―11.49%로 모두 국내 중국펀드보다 높다.

홍콩에서 설정된 중국펀드는 3년 수익률이 4.13%, 중국 본토에서 설정된 중국펀드는 3년 수익률이 9.61%로 더 높다. 중국 본토에서 설정된 펀드들은 대부분 기업 속사정을 잘 아는 중국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므로 수익률이 더 높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지역의 중국펀드는 왜 수익률이 높을까.

중국펀드의 대표 주자인 미래에셋자산운용 측은 “금융위기 때 시장을 잘못 예측해 입은 타격이 커 수익률 회복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당시 미래에셋은 중국에서도 금융주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금융주 비중을 줄였지만 중국 금융주는 크게 올랐다.

같은 중국펀드라도 투자 대상이 달라 단순 비교가 힘들다는 주장도 있다. 예를 들어 슈로더자산운용이 룩셈부르크에서 설정한 ‘차이나 오퍼튜니티’는 중국에 공장을 세웠거나 지분 투자를 한 해외 기업에도 투자하지만 같은 운용사가 국내에서 만든 ‘차이나 그로스’는 이런 종목은 제외한다. 그래서 3년 수익률이 오퍼튜니티 12.51%, 그로스 ―2.62%로 차이가 난다. 실제로 투자 대상이 홍콩에서 거래되는 H주냐, 중국 본토에서 거래되는 A주냐에 따라 펀드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 실력과 환율의 차이


업계에서는 국내 운용사들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돈이 몰려오자 종목 선정을 방만하게 했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증권사 임원 출신인 전병서 경희대 경영대학원 중국경영학과 겸임교수는 “국내 운용사들은 대형 종목 위주로 인덱스펀드처럼 운용했다”며 “자주 현장을 방문해 좋은 기업을 고르는 능력이 아직까지 떨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위기관리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또 국내에서 설정된 많은 펀드가 일단 돈을 모아 해외 운용사에 재위탁하는 형태로 운용했고, 해외운용사는 금액이 적은 국내 펀드를 크게 신경 쓰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펀드는 자금 이탈로 펀드 크기가 줄자 위탁계약이 해지돼 위탁사가 바뀌기도 했다. 환율도 수익률에 영향을 미친 요소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 팀장은 “대부분은 위안화 절상을 기대하고 환 헤지를 했지만 위안화보다 원화가 더 많이 올라 손해를 봤다”고 지적했다.

우재룡 동양종금증권 자산관리컨설팅 연구소장은 “국내 운용사들이 경험이 적고 해외 네트워크가 부족했기 때문에 겪었던 시행착오”라며 “현지에 리서치 조직을 두고 운용능력을 키워야 이런 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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