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WINE]佛와이너리 매각 줄잇는 건 상속세 때문?

  • Array
  • 입력 2010년 6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대선 캠페인에서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정책 중에는 ‘부유세(富裕稅) 및 상속세 부담 완화’가 있다.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재임기(1981∼1995년)에 도입된 이 세제를 손질하겠다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공약에 대해 필자도 관심이 많다. 왜냐하면 프랑스의 상속 관련 세제가 가족 경영 와이너리 매각이 급증하는 오늘날 프랑스 와인업계의 현실과 깊이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와이너리가 매각되는 모든 원인이 상속세 때문은 아니지만 가족 경영 체제로 운영되던 와이너리의 소유주가 바뀌는 배경에는 상속세라는 키워드가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와이너리 소유가 기업의 이미지 향상 효과는 물론 장기적인 투자 대상으로도 부상하면서 럭셔리 브랜드는 물론 자동차, 보험, 은행, 통신, 심지어 커피 회사에 이르기까지 많은 기업이 와이너리 매입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와이너리를 소유하려는 기업들과 막대한 상속세에 한숨짓는 와인 제조 가문 후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유명 와이너리의 경우 시장에 매물로 나오기가 무섭게 거래가 성사되고 있다.

프랑스 보르도에 있는 샤토 소유주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기업 대 개인의 비율이 5 대 5 수준이었는데 2006년에 이 비율은 6 대 4에 이르고 있으니 와이너리 소유주가 기업으로 바뀌는 속도는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거대 자본의 유입은 분명 와인 품질 향상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기업이 와이너리를 맡으면 그 와이너리를 오랜 기간 소유했던 주인의 철학과 원칙을 고스란히 담은 와인의 개성과 독자성이 흔들리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매각이 이뤄져도 전 소유주가 양조에 관해서는 일체의 권한을 위임 받는 계약이 맺어지기도 한다. 일단 매각했다가 시간이 흐른 뒤 원소유주가 지분을 재매입해 소유권을 되찾아 오는 경우도 있다. 와인 사업에 관심이 없는 후손들이야 높은 상속세율은 와이너리를 처분할 좋은 핑곗거리가 되겠지만 상속세를 납부할 엄두가 안 나 어쩔 수 없이 매각을 결정해야 하는 후손에게는 원통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샤토 보네, 샤토 라 루비에르의 인기에 힘입어 국내 와인팬 사이에서도 유명한 앙드레 뤼르통 씨는 보르도에만 본인 소유의 샤토를 9개나 가지고 있다. 뤼르통 씨는 증손자까지 두었지만 상속이나 후계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속내를 내비친 적이 없다. 이렇다 보니 7명에 달하는 자녀들은 물론이거니와 많은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이 가문의 미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샤토가 7명이나 되는 자녀에게 어떻게 배분될 것인지, 상속을 받은 후손들은 상속세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상속이 매끄럽게 이뤄진다 해도 부친이 애지중지 가꿔 온 샤토와 와인을 후손들이 잘 지켜낼지, 호기심과 우려가 섞인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 이번 주의 와인-샤토 라 루비에르 블랑

올해 봄, 국내의 와인팬들에게 스위트 와인이 아닌 일반 화이트 와인도 40년 넘게 버틸 수 있음을 당당하게 증명한 와인이다. 그 비결은 좋은 빈티지가 만들어 낸 산도다. 보르도 페사크 레오냥에서 소비뇽 블랑 85%, 세미용 15%의 변함없는 비율로 블렌딩해 빚는다. 앙드레 뤼르통 와인의 최대 장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일관성’이다. 이 와인 역시 그 기대를 한 치도 실망시키지 않는다.

김혜주 와인칼럼니스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