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사업 진출 - M&A교두보 ‘이중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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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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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시중은행 이어 외국계 - 지방은행까지 지주사 전환 왜?


중소형 금융사는 경영권 방어 목적 강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동안 뜸했던 금융회사들의 지주사 전환이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대형 시중은행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지주사 전환 바람이 올해 들어 외국계 은행과 지방은행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외국계인 한국씨티은행은 26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지주사 전환 승인을 받았다. 총자산 55조 원 규모의 한국씨티금융지주는 씨티은행과 씨티그룹캐피탈, 씨티금융판매서비스 등 3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씨티크레딧서비스 신용정보를 손자회사로 둘 계획이다.

외국계 은행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는 것은 지난해 8월 SC제일은행에 이어 두 번째다. 이로써 2001년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지주사 전환의 첫 테이프를 끊은 뒤 9년 만에 모두 7개 은행이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게 됐다.

지방은행 가운데서는 부산은행이 가장 먼저 금융지주사 설립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부산은행은 지난해 말 부은선물을 BS투자증권으로 변경한 데 이어 최근에는 BS캐피탈 법인 설립을 금융위에 신청해 놓은 상태다. 지방은행 가운데 독자적으로 할부금융업에 진출하는 것은 부산은행이 처음. 내년 상반기에는 BS자산운용사 설립도 추진할 계획이다.

대구은행 역시 6개 지방은행을 합한 공동지주사 설립을 제안하며 지주사 설립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편 올 하반기엔 비은행 금융사들의 지주사 전환 움직임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메리츠화재가 올 11월 보험 중심의 금융지주사 설립을 선언하면서 보험사들의 지주사 전환 첫발을 내딛었다. 알리안츠그룹, ING그룹 등 해외 대형 보험사들은 대부분 보험사를 중심으로 은행과 증권사를 거느리는 보험지주사 체제이지만 국내에서 보험지주사가 설립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메리츠화재의 지주사 전환으로 대한생명을 중심으로 한 한화그룹, 흥국생명 등의 태광그룹, 동부화재 등의 동부그룹도 보험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들어 금융사들의 지주사 전환이 잇따르는 것은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면서 앞으로 있을 신규사업 진출과 인수합병(M&A)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채비라는 분석이다. 금융지주사 체제를 갖추면 은행, 증권, 보험의 영역을 넘나드는 복합상품을 내놓을 수 있는 데다 자금조달이 쉬워져 투자여력이 크게 늘어난다.

중소형 금융사들은 이미 지주사 전환을 마친 대형 금융사들의 공세에 맞서는 방편으로 지주사를 택하고 있다. 실제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의 지주사 전환은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 분리 매각 가능성이 나오는 경남은행을 인수하려는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메리츠화재 역시 지주사 전환 이후 저축은행이나 지방은행 M&A에 나설 계획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의 영역 간 장벽이 낮아지고 우리은행 민영화 등에 따른 금융권 빅뱅이 예고되면서 지방은행이나 보험사들의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며 “다른 금융사들의 지주사 전환 움직임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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