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송금 늦추고 당분간 환율 지켜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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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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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급등에 가슴 졸이는 기러기 아빠들… 국가별 송금 전략은

유럽 유로화 가치 하락때 분할매수 고려
중국 위안화 절상 대비해 미리 환전 필요

남유럽 재정위기에 천안함 사태까지 겹쳐 원화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기러기 아빠’들이 가슴을 졸이고 있다. 환율이 가파르게 올라 해외에 유학 간 자녀들에게 송금해야 할 돈이 덩달아 불어났기 때문이다. 느닷없는 ‘환율폭탄’에 언제 송금하면 좋을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 전문가들은 통화별로 환율의 등락폭과 방향이 다른 만큼 송금전략도 차별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환헤지로 환율 하락 대비를

최근 환율 폭등으로 인한 대표적인 피해자는 미국으로 부인과 자녀를 보낸 기러기 아빠들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을 통해 미국에 500만 원을 송금할 때 한 달 전인 지난달 26일에는 4529달러를 보낼 수 있었지만 이달 26일엔 4000달러로 송금액이 줄어들었다. 한 달 사이에 500달러나 줄어든 것. 원-달러 환율이 1104.1원에서 1253.3원으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달러 환율이 18일 이후 5거래일 연속 오르는 등 상승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기러기아빠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달러화 송금은 당분간 늦추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현재 외환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환율 폭등세는 남유럽 재정위기에 천안함 사태가 겹치면서 불안심리가 확산돼 나타난 현상인 만큼 조만간 원화 대비 달러 가치가 다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정걸 국민은행 재테크팀장은 “최근 달러 강세는 금융시장 불안에 따라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진 탓이 크다”며 “미국으로 송금을 해야 하는 유학생 부모들은 일단 송금을 늦추거나 액수를 줄이고 환율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남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돼 달러 강세가 예상보다 길어지거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당장 송금을 해야 하는 사람은 선물환 계약을 통한 환헤지 전략으로 환율 하락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는 지적이다. 환헤지란 미래의 변동에 따른 환손실 위험을 막기 위해 사전에 환율을 고정해 두는 것으로 대부분의 은행 외환창구에서 계약을 할 수 있다.

○ 환율 불안기엔 분할 매수 전략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럽 국가로 송금을 하는 기러기아빠들은 다소 여유로운 편이다. 최근 며칠간 원화 가치가 떨어져 환율이 다소 올랐지만 몇 달 전에 비하면 오히려 송금 부담이 줄어들었다. 남유럽 재정위기로 유로화의 가치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남유럽 재정위기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로화 가치 역시 계속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유로존 국가들이 ‘유로화 지키기’에 나선 점을 감안할 때 일시적으로 반등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따라서 유로화는 가치가 하락할 때 조금씩 분할 매수를 하는 것이 좋다는 분석이다. 마냥 유로화 가치가 떨어질 때를 기다리다가 송금 시기가 임박해서야 수백 만 원을 한번에 환전하는 것은 위험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금융시장 불안과 함께 환율이 오르고 있는 엔화 역시 장기적으로는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최근 남유럽 재정위기와 천안함 사태가 일어나기 전까지도 엔화는 원화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었다. 따라서 당분간 환율 추이를 지켜본 뒤 송금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반면 위안화는 절상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만큼 기회가 될 때마다 미리 환전해두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관석 신한은행 WM사업부 재테크 팀장은 “환율이 불안정할 때 가장 중요한 전략은 분할 매수”라며 “6개월에 한 번씩 송금을 한다면 매달 6분의 1씩을 미리 환전하는 식의 전략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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