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北리스크’ 1주일이면 회복했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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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 - 1차 연평해전 등 단기충격 컸으나 회복 빨라
“이번 남북마찰 오래갈 것”…전문가 ‘북풍 폭발력’ 우려

북한이 2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해도, 서해 연평도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남북 간 교전이 벌어져도 한국 금융시장은 1주일이면 충격에서 회복됐다. ‘북한 리스크는 큰 영향이 없고 짧게 끝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학습효과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른 듯하다. 25일 종합주가지수는 장중 4% 넘게 추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2.92% 급등한 채 마감했다. 천안함 사태 조사결과가 발표된 20일 이후로 종합주가지수는 4.2%, 원화가치는 7.3% 각각 급락했다.

정부가 10여 년간의 ‘햇볕정책’을 작심하고 거두면서 남북한 관계는 상당기간 긴장 상태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남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국제 금융시장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이 때문에 이번 북한 리스크는 과거 어느 때보다 크고 오래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과거 대북 위기가 고조된 사례 가운데 당일 주가가 가장 크게 하락했던 때는 북한이 1차 핵실험을 강행했던 2006년 10월 9일이었다. 당시 코스피는 2.41% 빠졌고 환율은 1.56% 상승(원화가치 하락)했다. 단기 충격은 컸으나 회복은 빨랐다. 1주일(이하 거래일 기준) 만에 주가는 0.17% 상승했고 원-달러 환율은 0.66% 오르는 데 그쳤다.

제1차 연평해전이 벌어졌던 1999년 6월 15일 당일 주가는 2.21% 하락했지만 1주일 뒤에는 8.12% 상승했다. 3년 뒤인 2002년 6월 29일 제2차 연평해전 때는 당일 주가도 0.47% 상승했다. 핵 실험도 마찬가지여서 2009년 5월 25일 2차 핵실험 때는 당일 주가가 0.20% 하락했다가 1주일 뒤 0.79% 상승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북한 리스크가 불거졌을 당시 국내 금융시장이 대세 하락기였느냐, 상승기였느냐에 따라 영향이 달랐다”며 “특히 국내 증시의 방향을 결정짓는 외국인들이 북한 리스크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북한 변수의 파장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샤론 램 모건스탠리 아시아태평양 분석가는 이날 보고서에서 “천안함 사태로 사망한 한국 군인의 수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고, 한국 정부가 10년에 걸친 햇볕정책을 파기했기 때문에 이번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과거보다 심각하고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며 “주식시장보다는 외환시장의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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