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물 없애니 장애가 사라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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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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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애 디자인’ 원당 e편한세상

설계부터 계단-턱 없애 이동 편리
시각장애인 위해 곳곳 점자판 배려


“마치 불편했던 몸이 다시 건강해진 것 같아요.”

경기 고양시 덕양구 ‘원당 e편한세상’에 거주하는 김모 할머니(80). 몸이 불편해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는 그는 “그동안은 외출할 때마다 남편이나 자식의 도움을 받아야 했는데 이 아파트로 이사 온 뒤로는 혼자서도 얼마든지 외출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할머니의 외출이 자유로워진 것은 원당 e편한세상 단지 내에 계단이나 턱과 같은 장애물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른바 ‘무장애 디자인(Barrier Free Design)’이 적용된 이 아파트는 설계 단계부터 휠체어나 유모차 등 바퀴 달린 기구의 이동이 자유롭도록 계단과 턱을 없앴다. 보도블록 간격도 0.5cm 이내로 줄여 휠체어나 인라인스케이트의 바퀴 회전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시공했다. 쉼터 등의 경사로는 길이 24cm당 1cm 이하로만 높아지도록 만들어 팔 힘이 약한 사람도 휠체어 바퀴를 쉽게 움직여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기자가 휠체어에 앉아 실험해 본 결과 평지에서 움직이는 것과 거의 같은 힘으로 충분히 경사로를 올라갈 수 있었다.

이 아파트 단지는 도로 구조에도 장애인을 배려했다. 대부분의 도로나 아파트 단지에서는 인도가 횡단보도보다 높다. 하지만 이 아파트 단지는 횡단보도를 높여서 인도와 같은 높이로 만들었다. 이 때문에 휠체어를 탄 사람들은 횡단보도를 힘들이지 않고 쉽게 건널 수 있다. 또 횡단보도가 일반 차도보다 높기 때문에 일종의 과속방지턱 역할을 해서 차량들은 횡단보도에 사람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횡단보도 앞에서 속도를 줄여야 한다.

계단 손잡이와 단지 안내판, 공공 화장실 표지판 등에는 점자 안내문을 부착해 시각 장애인들이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도록 했다. 단지 내 모든 공공 화장실과 샤워장에도 장애인용 시설을 따로 갖췄다.

지난해 12월 이 아파트로 이사 온 주부 남순동 씨(32)는 “아이가 어려서 유모차를 쓸 일이 많은데 단지 내에서 유모차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지 않아도 돼 편하다”고 말했다.

대림산업은 앞으로 짓는 아파트에 무장애 디자인을 적용할 계획이다. 김명석 건축설계팀 차장은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원당 e편한세상은 단지 전체가 평지여서 무장애 디자인 적용이 쉬웠지만 언덕에 위치한 단지는 경사로를 없애기 위해 땅 모양을 바꾸는 공사를 해야 한다는 것. 또 청각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어떤 방식으로 개발할지도 고민하고 있다.

김 차장은 “아파트 단지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에 무장애 디자인을 도입하는 게 요즘 선진국의 추세”라며 “장애물만 없애도 장애인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고양=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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