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경영, 경기회복기에 더 신경써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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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기업윤리학교 70社 참여
“윤리 소홀땐 시장서 도태될수도”

비씨카드 직원들의 명함에는 ‘참바른신고센터’의 e메일 주소와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참바른신고센터는 비씨카드 직원의 금품 및 향응 수수나 불공정거래, 성희롱 등을 신고하도록 한 내부 신고제도다. 신고제도를 사내에 제한하지 않고 명함을 받는 외부 사람에게까지 공개해 누구나 신고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 또 전 직원은 매년 첫 영업일에 윤리 규범을 준수하겠다는 신년서약을 해야 한다.

신세계도 자체적으로 ‘금품 향응 수수 신고 시스템’을 두고 있다. 부득이하게 협력회사 등으로부터 금품이나 접대를 받았을 경우 이를 신고하고 받은 물품을 반송하도록 조치하는 데 작년에만 606건을 접수했다. 또 회사는 협력사에 친인척이나 동문 등이 있으면 관련 사실을 미리 신고하는 ‘지인 거래 신고 시스템’을 도입해 위기관리를 하고 있다.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윤리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단기성과에 집착해 윤리 경영을 소홀히 하면 언제든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특히 일본 도요타자동차 리콜 사태 이후 기업들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윤리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열린 ‘기업윤리학교’에서도 70개 기업이 참가해 윤리 경영의 현장 사례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양세영 기업사회연구원 소장은 이날 강연에서 “기업의 윤리적 문제들이 경제위기 이후 회복기에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기업들은 특히 올해 윤리 경영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적으로 미국 대공황기 이후 증권 및 금융 사기가 빈번했고, 2차 오일쇼크 직후에도 기업의 비리 사건이 속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발생한 도요타자동차 리콜 사태도 불투명한 정보 공개 등 미흡한 기업윤리 탓에 빚어졌다는 것이다.

양 소장은 또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도 결국 윤리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며 “정부 등 규제기관의 무책임,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와 함께 언론의 견제 미흡, 신용평가기관의 책임성 결여가 함께 만들어낸 위기”라고 말했다.

홍석빈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윤리 경영이 기업의 이윤 추구와도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2000년대 이후 국내 주요기업 대부분이 기업윤리헌장을 마련하는 등 윤리 경영이 확산되는 추세지만 단순히 자선, 선행 활동이라는 통념을 버려야 한다”며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기업 가치관 속에 녹아들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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