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산, 개성공단 자족도시 꿈접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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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7일 20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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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육로통행 차단” 위협에 “개성도 악화되나” 뒤숭숭

요즘 현대그룹이 안팎으로 뒤숭숭한 분위기입니다. 안으로는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실적악화로 그룹이 재무구조 약정대상에 포함된 데다 밖으로는 대북 사업까지 크게 흔들리고 있어서죠.
북한은 16일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통지문에서 "남측은 대북 심리전 재개가 불러올 파국적 후과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며 "남측 인원들의 동·서해지구 북남 관리구역 육로통행을 제한·차단하는 이상의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여기서 동해지구 육로는 금강산 관광지구에, 서해지구 육로는 개성공단에 각각 들어갈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로입니다. 이에 따라 북한이 금강산 자산동결 조치에 이어 조만간 개성공단 통행제한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이달 20일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시점이나 이달말 쯤 있을 대통령의 대 국민담화에 즈음해 북한의 이런 보복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옵니다. 개성공단의 초기 개발계획부터 시공까지 책임졌던 현대아산은 또 한번의 충격파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아산은 당초 개성공단을 대단위 자족도시로까지 개발하려는 청사진을 갖고 있었던 만큼 허탈감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그룹의 초기 대북 사업을 이끌었던 고 정몽헌 현대 회장은 2003년 6월 개성공단 임시도로 개통식에서 "개성공단은 남과 북 어느 누구에게만 이로운 사업이 아니다"라며 "개성공단을 북을 넘어 유라시아 대륙까지 품는 전초기지로 삼자"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현대아산은 개성공단을 350만 평까지 늘리는 3단계 개발에 나서 자급자족이 가능한 신도시를 개발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남측 주민 1만 명이 개성 현지에서 주거와 오락 등 일상생활을 지속함으로서 남북이 함께 어울려 살도록 하겠다는 구상이었던 겁니다. 그러나 현재 개성공단은 1단계, 100만 평 규모로 남측 근로자들이 매주 남한을 드나들어야 하는 순수한 공단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현대아산의 자족도시 비전이 황당무계한 것으로 들릴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만약 계획대로만 진행됐다면 남북관계 개선의 획기적인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애석해 했습니다.

김상운 산업부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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