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지출 ‘구조조정’ 착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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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유럽 금융위기 대응 긴급대책 마련

정부는 현재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국가재정을 5년 안에 균형 또는 흑자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지출 증가율을 수입 증가율보다 2∼3%씩 낮게 유지하고, 재정건전성관리위원회를 설립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상태를 상시 점검하기로 했다.

정부는 9일 경기 과천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2010∼2014년 재정운용 전략’을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그리스 등 일부 유럽국가가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한 결과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하고 재정건전성 조기 회복을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재정건전성 달성 시한을 2014년으로 잡았다. 이를 위해 2013년 재정적자 규모를 당초 예상했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0.5%에서 0.3%로 줄이고 2014년부터는 흑자로 바꿀 계획이다.

“줄일 수 있는 세출은 줄인다” 재정부문 출구전략 사실상 개시


각 부처 신규지출 만들땐 기존 세출부터 줄여야
재정지출 상한 법제화 추진 …재정악화 지자체 교부금 축소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목표도 ‘2014년 33% 미만’으로 정하고 연간 세출 증가율을 세입 증가율보다 2∼3%포인트 낮은 선에서 관리할 방침이다. 국가채무비율은 작년 말 현재 33.8%로 현 기조가 지속되면 2013년에는 35.9%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세부 방안으로는 우선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늘려 놓은 ‘재량적 지출’을 10%씩 줄일 방침이다. 재량적 지출은 공무원 급여나 복지지출 등 법으로 정한 의무지출을 뺀 고용 보조금 등 한시적인 세출 항목을 뜻한다. 사실상 재정부문에서 출구전략이 시작된 셈이다.

또 각 부처가 신규로 의무지출 항목을 추가할 때는 기존 사업의 세출을 구조조정하고 더불어 별도의 재원조달 방안을 내놓도록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재정을 쓰려면 그에 대응하는 세입 항목을 갖고 오거나 다른 지출을 줄일 방안을 내놓도록 하는 ‘PAYGO(Pay As You Go) 원칙’을 도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부는 또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하지 못하도록 지출 한도 등을 정해 놓는 ‘재정준칙’을 법제화할 계획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서는 재정준칙에 반대하는 의견이 있어 추후 검토하기로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도입을 추진하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또 정부는 세원(稅源) 확보를 위해 에너지 부문에서 세목(稅目)을 신설하기로 하고 이를 검토 중이다. 대표적인 에너지세인 탄소세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지만 에너지세는 녹색성장 기조와도 맥을 같이하는 만큼 다양한 세원을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재정 위기의 시한폭탄으로 지적되는 지방재정에 대한 감시 감독을 위해 범정부 차원의 재정건전성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지자체의 재정지표를 상시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지자체에는 교부금 축소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선진국이 되면 저성장이 불가피하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며 “건전재정을 이루면서도 고성장을 하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재정 문제에 대한 인식 전환을 촉구하며 “노인이 아닌 노인들에게 직접적으로 소액의 소득 지원을 하기보다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노인들에게 삶의 활력을 주면 정부 부담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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