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5곳중 1곳 “도요타 사태로 품질경영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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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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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 제조업 1420사 조사
“품질-안전 인식 개선” 52%… “한국기업도 발생 가능” 64%


경남 밀양시에 공장을 둔 선박엔진부품 전문기업 ㈜화영은 도요타자동차의 리콜 사태가 발생한 직후인 2월 중순 ‘품질개선 태스크포스팀(TFT)’을 새롭게 가동했다. 화영은 전자제어식 선박용 엔진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75%를 차지할 만큼 경쟁력을 갖춘 회사. 이미 ‘6시그마’ 등 품질경영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도요타 사태를 보며 더욱 고삐를 죈 것.

조성근 화영 전무는 “도요타는 국내 제조업체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2년 전 견학까지 다녀온 회사였는데, 그런 회사가 품질로 무너지는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현재 이 회사는 부품의 특성상 품질 결함이 생길 수 있는 ‘쇼크업소버’ 등 주요 부품별로 별도의 TFT를 꾸려 매주 한 차례씩 불량 원인을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제조업체들이 ‘도요타 쇼크’를 계기로 품질관리를 강화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 품질관리 인식 강화

13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142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도요타 리콜 사태에 대한 기업인식’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20.6%가 ‘도요타의 리콜 사태로 인해 회사 경영방침에 눈에 띌 만한 변화가 있었다’고 답했다. 52.4%는 ‘특별한 변화는 없지만 품질과 안전문제에 대한 인식이 강화됐다’고 답해 품질관리가 기업 경영의 화두로 떠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업계의 60.7%가 ‘경영방침에 변화가 있었다’고 답해 동종업계의 고조된 위기의식을 보여줬다. 또 기계 31.8%, 금속철강 18.4%, 전기·전자 14.8% 등의 순으로 ‘변화가 생겼다’고 답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29.2%)이 중소기업(17.4%)보다 적극적으로 변화를 도모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제조 현장에서 적용된 변화는 ‘완성품의 품질·안전관리활동 강화’가 52.6%로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부품·소재 협력업체 관리 강화’(27.8%), ‘문제 발생 시 대응체계 확립’(15.7%) 등의 순이었다.

○ “누구나 제2의 도요타 될 수 있어”

이러한 변화는 누구나 ‘제2, 제3의 도요타’가 될 수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도요타 사태와 같은 일이 해당 기업에도 일어날 수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응답 기업의 64.4%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답했고,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답한 기업도 33.1%나 됐다. ‘발생하기 어렵다’ ‘일어날 수 없다’는 각각 2.2%, 0.3%에 불과했다.

경기 화성시에 있는 자동차부품 전문업체인 A사도 도요타 사태에 따른 위기의식으로 최근 ‘기초품질점검 TFT’를 조직했다. 중국에 생산공장 10개가 있는 이 업체는 매달 생산현장을 방문해 공정상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리콜 예방관리교육을 강화했다. 회사 관계자는 “도요타 사태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판단 때문에 긴장감이 높아졌다”며 “자동차 부품을 제조해 완성차에 납품하고 있는데, 결함이 발생하면 모기업과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공동 대응체계도 새로 구축했다”고 전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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