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주스 포인트’ 165개… 年 13만원에 맘껏 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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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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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英-日과 비교해본 국내 전기차 인프라 현주소

英-아일랜드 충전시설
내년까지 1500개로 증설
가정에도 2000여개 보급

日 급속충전소
도 쿄 일대에 153개 설치
전국에 1000개 늘릴 계획

한국은 고작 5개
연말까지 100개로 확충해도
英-日 10분의 1 수준 그쳐

지난달 15일 도쿄의 한 호텔에 도요타자동차 닛산자동차 미쓰비시상사 도쿄전력 도시바 후지중공업 등 158개 회사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자동차와 전자, 부품, 전력회사가 총망라됐다. 이들은 이날 전기차산업의 발전과 표준 제정을 위해 ‘전기차 기술연구협의회’를 설립하고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기로 했다. 충전 시스템과 배터리 등 기술규격을 통일시키는 표준을 먼저 만들어 일반 자동차에 이어 전기차 산업에서도 세계 1위를 지키겠다는 의도다.

세계 각국에서 전기차의 인프라 구축과 표준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제야 막 전기차 관련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여서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분발이 요구된다.

○ 전기차 충전 인프라 크게 부족

런던 노상주차장 충전시설
영국 런던의 한 노상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 ‘주스 포인트’. 현재 영국과 아일랜드에 165개의 주스 포인트가 운영되고 있으며 내년 말까지 1500여 개로 확대될 예정이다. 한 여성이 전기차에 연결된 커넥터를 충전기에 연결하고 있다. 사진 제공 엘렉트로모티브
런던 노상주차장 충전시설 영국 런던의 한 노상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 ‘주스 포인트’. 현재 영국과 아일랜드에 165개의 주스 포인트가 운영되고 있으며 내년 말까지 1500여 개로 확대될 예정이다. 한 여성이 전기차에 연결된 커넥터를 충전기에 연결하고 있다. 사진 제공 엘렉트로모티브
영국 정부는 기업들과 함께 2006년부터 공공 충전기인 ‘주스 포인트’ 설치를 시작해 현재 런던을 중심으로 165개의 충전기를 운영하고 있다. 아일랜드도 지난해 말부터 대대적으로 주스 포인트 설치에 나섰다. 영국과 아일랜드는 내년 말까지 공공장소에 1500여 개의 주스 포인트를 설치하고 가정에도 2000여 개의 충전시설을 보급할 계획이다. 특히 아일랜드는 민관이 협력해 2020년까지 전체 차량의 10%를 전기차로 대체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주스 포인트는 1년에 75파운드(약 13만 원)를 내면 원하는 장소에서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

일본은 도쿄 일대에 153곳의 전기차 급속충전소가 설치돼 있으며, 미쓰비시상사는 도쿄전력과 제휴를 맺고 올해 일본 주요 도시와 간선도로에 급속충전소를 1000개 이상으로 늘리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르노자동차는 올해 전기차 출시와 맞물려 ‘퀵드롭 스테이션’이라는 배터리교환소(휴대전화 배터리처럼 전기차 배터리를 1∼2분 안에 교체하는 방식)의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의 전기차 설비업체인 베터 플레이스도 지난해부터 미국과 이스라엘에서 전기차 충전소와 배터리교환소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베터 플레이스의 사업모델은 투자자들로부터 인정을 받아 최근 HSBC로부터 3억500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받는 등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각국에서 활발하게 전기차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지만 한국은 전기차 충전시설이 서울에 5곳 있을 뿐이다. 서울시는 올해 급속충전기 35대를 추가로 세우고, 제주도는 한전과 SK에너지, GS칼텍스 3개 컨소시엄이 전기차 실증사업에 따라 40여 개 급속충전기를 설치할 예정이어서 연말까지 국내에 설치될 급속충전기는 100개 남짓이다. 영국과 일본에 비하면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한국은 국토 면적이 작고 인구가 도시에 밀집돼 있어 전기차 인프라 구축이 중국이나 미국보다 유리하다”며 “일본이나 유럽에 비해 전기차 인프라 구축이 다소 늦었지만 아직 기술적으로 크게 뒤처지지는 않은 상태여서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기술표준과 제도적 기반 마련도 시급


한국교통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국가적 교통망이나 전력망과 연계된 전기차 인프라 관련 총체적 접근이 시도된 적이 없어 관련 연구개발과 표준 시스템 제시가 절실히 요구된다”며 “전기차 충전 및 운영시스템과 인프라 구축이 경쟁사에 종속되면 한국의 독자적 전기차 모델 개발에도 큰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은 대기업들이 앞장서서 표준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 전기차 ‘아이미브’를 내놓은 미쓰비시자동차와 후지중공업 등은 도쿄전력과 지능형 충전시스템을 공유하며 표준화에 한 발짝 다가섰다. 르노는 2011년 내놓을 배터리 교환형 전기차를 위해 베터 플레이스 등과 배터리교환소 시스템의 표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동차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도 전기차산업은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해 10월 상하이, 이치, 둥펑, 베이징 등 10대 자동차회사가 전기자동차 연합을 구축해 전기차 표준 제정에 나섰다.

충전용 전기요금 확정 안돼
한국의 경우 현대·기아차와 한전이 13일 전기차의 충전시스템 표준화를 위해 세미나를 열고 전기차용 충전 인터페이스 규격을 공개한 것이 전부다. 이미 일본에선 2년 전부터 비슷한 시스템이 개발돼 현재 사용하고 있다.

한국은 전기차 관련 제도적 기반도 미비한 상태다. 이미 전기차가 나왔지만 충전용 전기요금은 임시로 일반용 요금을 적용하기로 했을 뿐 전용 요금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여기에다 관공서, 쇼핑시설, 아파트 등의 주차장 건설 때 장애인 지정주차구역처럼 전기차만 주차할 수 있는 구역과 충전시설 설치 규정이 건축법 등에 마련돼야 하지만 아직까지 기초적인 논의 단계일 뿐이다.

김경연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아파트라든가 대형 빌딩 주차장, 대형마트 주차장 등 핵심 포스트 위주로 단계적으로 충전 시설을 늘려야 하고 요금 정산 문제도 하이패스처럼 무선통신기술과 자동차 인식 기술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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