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日버블 시작된 80년대와 유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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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라증권 보고서 경고
빠른 충격 회복-저금리 등 경제환경-정책 판박이 지적
“증시-부동산 여건 다르고 日-美버블서 교훈” 반론도

최근의 한국 경제는 1980년대 후반 부동산 및 주식시장에 거품이 급속히 커져가던 시기의 일본과 여러모로 닮은꼴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금 당장 일본식 버블이 형성되는 일은 없겠지만 경기가 회복됐는데도 저금리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경제주체들을 지배하면 새로운 형태의 버블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노무라증권은 12일 내놓은 ‘아시아경제 보고서’에서 현재 한국의 경제환경과 정책의제, 중앙은행의 의사결정 구조가 거품이 터지기 직전의 일본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은행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낮다는 이유로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놓칠 경우 한국 경제가 앞으로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무라증권은 우선 1980년대 후반의 일본과 현재 한국의 경제환경이 △외부충격 이후 빠른 회복 △소비자물가 안정 △저금리로 인한 과잉유동성 발생 등에서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엔화 강세에 따른 경기침체를 우려해 1986, 87년 재할인금리를 2.50%포인트 인하했고 이후 교역조건이 개선되면서 경제가 빠르게 회복됐다. 한국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2.0%로 낮춘 뒤 신흥국 수요와 재정 및 금융 완화정책으로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물가상승 압력이 약한 것도 비슷하다. 일본은 당시 엔화 강세 및 유가 안정에 따라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986∼88년 평균 0.5%에 그쳤다. 한국도 경제가 빠르게 살아나고 있지만 원화 강세 및 공공요금 인상 보류 등의 요인이 작용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대 초반 수준으로 안정돼 있다.

정책 당국의 핵심 의제도 유사하다. 1987년 10월 주가대폭락 이후 미국은 달러화 가치 붕괴를 우려해 일본에 금리 인하를 요구했고 일본에서도 국제적인 정책 공조가 강조됐다. 한국 정부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출구전략의 국제공조를 강조하고 있으며 김중수 신임 한은 총재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의사결정 환경도 비슷하다. 당시 일본에서는 재무성 차관 출신이 일본은행 총재로 임명됐고 김 한은 총재는 현 정부의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지냈다.

하지만 한국은 1980년대 일본 버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미국 주택시장 붕괴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기 때문에 일본 경제의 전철(前轍)을 밟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또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강도 높은 기업 및 은행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강화했고 부동산 가격 안정에 대한 당국의 관심이 높은 것도 차이점이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초저금리를 이어갈 경우 회사채에 대한 투기적 수요가 커질 수 있고 이미 위험수준인 중소기업 및 가계 부채도 더욱 늘어날 수 있다”며 “한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출구전략에 대한 확실한 로드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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