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부상하는 ‘메가뱅크’ 육성론… 은행장들 ‘M&A레이스’ 잇단 출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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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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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원 행장-이팔성 회장-민유성 행장 ‘역할주도’ 선언

국내 은행 간 인수합병(M&A)을 통해 세계적인 규모의 대형은행을 육성한다는 ‘메가뱅크(Mega Bank)’ 방안이 재부상하면서 은행장들이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메가뱅크는 2008년 초 산업은행과 우리금융, 기업은행을 합치는 구상으로 처음 등장했으나 곧이어 터진 금융위기로 힘을 잃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은행 대형화 구상의 핵심인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는 데다 메가뱅크의 필요성을 처음 주장했던 최중경 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되면서 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출사표를 낸 곳은 지난해부터 지주회사 회장 선임을 놓고 홍역을 치른 KB금융이다. 강정원 KB금융 회장대행 겸 국민은행장은 2일 국민은행 전 직원을 상대로 한 정기조회에서 “한국 금융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메가뱅크가 현실화될 경우 국민은행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내외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이 많을수록 혁신에 몰입해야 한다”며 “치열한 금융대전에서 항상 웃는 기업은 바로 국민은행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팔성 우리금융그룹 회장도 이날 창립 9주년 기념사에서 “(우리금융) 민영화와 금융산업 재편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더라도 우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이번 기회를 글로벌그룹으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유성 산은금융그룹 회장 겸 산업은행장 역시 1일 산은 56주년 창립기념식에서 “앞으로 글로벌 금융 지형을 바꾸는 세계 금융의 큰 산으로 일어서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거론되는 메가뱅크 시나리오는 우리금융과 시중은행 또는 우리금융, 산업은행, 시중은행의 합병 방안이다. 우리금융, 산업은행과 짝짓기를 할 유력 주자로는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가 꼽힌다. KB금융(316조 원)이 우리금융(317조 원), 산업은행(156조 원)과 합치면 자산규모 789조 원의 은행이 만들어진다. 하나금융(169조 원)이 우리금융 및 산업은행과 합병하더라도 자산규모는 642조 원에 육박한다. 어느 방안이 실현되더라도 자산규모에서 세계 30∼40위권의 대형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메가뱅크가 탄생한다면 그 시점은 올 하반기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의 고위 관계자는 “메가뱅크의 핵심인 우리금융 민영화 시점이 6월 지방선거가 끝난 뒤에나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규모에서 경쟁력을 갖춘 대형은행이 탄생하면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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