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선택, 사람 보고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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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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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성향이 운용 좌우
미래지향형-인내형 등 다양


‘1가구 1펀드’가 보편화된 펀드 대중화 시대에 어떤 펀드를 선택하느냐는 수익률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된다. 펀드의 성과는 무엇보다 누가 운용하느냐에 따라 뚜렷하게 갈린다. 펀드매니저의 운용 철학에 따라 펀드의 운용방향도 달라지기 때문.

전문가들은 주요 운용사의 대표이사나 주식운용본부장 같은 펀드 운용 사령탑의 성향을 살펴보는 것도 펀드 선택의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 앞날을 내다보는 ‘미래 지향형’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는 ‘오늘의 성과보다는 미래의 가능성을 생각한다’는 운용 철학을 고수한다. 앞으로 기업실적이 어떤 궤도를 그릴지 예측해 과감하게 베팅하는 것. 그의 대표적 투자종목으로 LG화학이 꼽힌다.

구 대표는 2006년 당시 정보기술(IT) 재료산업과 전지산업이 유망해질 것으로 보고 LG화학 투자를 결정했다. 2006년 9월 당시 LG화학의 평균 주가는 7만 원대였지만 올 들어 21만 원을 돌파했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대표 펀드인 디스커버리 펀드의 5년 누적수익률은 209%를 넘어서는 대성공을 거뒀다.

권상훈 삼성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도 미래를 내다본다. 삼성운용의 간판 펀드인 스트라이크 펀드를 2004년부터 운용해 온 권 본부장은 삼성생명에서 재무심사와 기업평가를 주로 담당했던 경력을 살려서 기업의 성장성을 꼼꼼히 따져 ‘물건’을 골라낸다. 2003년 인터넷이 급속도로 떠오르자 온라인광고 시장이 새로운 수익모델이 될 것을 직감하고 NHN에 투자를 시작했다. 2007년에 유가가 치솟자 대체에너지 산업의 핵심부품 시장에 먼저 진입한 OCI(옛 동양제철화학)에, 2009년에는 아이온이라는 새 게임으로 중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 엔씨소프트에 투자했다. 그는 “나름의 종목 선택 원칙에만 맞으면 당장은 시장에서 소외돼 있어도 집중 공략한다”고 말했다.

○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인내형’

오성식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장기투자를 철학으로 삼고 있다. 반드시 사전에 기업을 방문해 자산, 수익, 성장가치를 충분히 파악한 뒤에 내재가치보다 주가가 낮은 주식을 찾아 매수한다. 오 본부장이 2002년 말부터 투자한 현대자동차는 2004년 이후 해외투자 본격화로 고정비 비중이 늘고 원화가치의 급상승으로 제품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주가가 떨어졌지만 내재가치에는 변동이 없다고 판단해 내다팔지 않았다. 그는 “장기 가치투자는 단기적인 주가변동과 투자기업을 둘러싼 수많은 잡음을 참고 견디는 인내심이 최고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가치투자의 전도사’로 불리는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도 가치투자를 고집하다가 한때 자리에서 쫓겨나는 수모까지 겪었다. 1998년부터 롯데칠성 태평양 농심 신세계 같은 가치주에 집중 투자했다가 1999년 ‘IT 붐’이 일자 IT주를 사들이라는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던 것. 하지만 그는 쫓겨난 직후 옛 동원증권 고유계정을 맡을 때도 롯데칠성을 계속 사들이면서 인내한 결과 3년 만에 총 400%의 수익률을 거두는 대성공을 맛봤다.

○ ‘카멜레온형’과 ‘착한투자형’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신하는 ‘카멜레온형’ 투자도 있다. 최민재 KT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2006년 장기 수주 시점이 돌아왔던 조선업, 2009년 금융위기 여파로 엄청나게 저평가됐던 은행업처럼 특정 업종에 적시 투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시장 대비 월간 수익률이 항상 상위 30% 이내를 유지하도록 성장주와 가치주의 비중과 편입비율을 조절하는 방법을 곁들인다.

김영준 NH-CA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결국엔 성공한다는 ‘착한 펀드’를 추구한다. 기업의 영업실적 같은 숫자보다 수면 밑에 잠겨 있는 윤리적 이슈, 지배구조를 고려해 투자하는 것. 김 본부장은 “아직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사회책임투자(SRI)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아 한때 펀드 이름을 바꿀까도 고민했지만 결국 기업의 잠재적인 리스크는 더 큰 위험이 된다는 판단으로 운용 철학을 지켜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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