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후장대’ 제조업 현대重-GM대우-포스코 공장… IT 옷입고 경쟁력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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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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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제조현장서 도면 받고
화상전화로 품질점검 OK

GM대우 전자태그 도입
포스코 모든 통신 무선으로

와이브로 통신망이 설치된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지난달 23일 이 회사 직원들이 넷북으로 도면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 제공 현대중공업
와이브로 통신망이 설치된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지난달 23일 이 회사 직원들이 넷북으로 도면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 제공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조선품질경영부 정인득 과장(36)은 최근 일처리 효율이 크게 높아진 점에 무척 고무됐다. 그는 지난해까지 현장을 돌다가도 도면을 확인하려면 수백 m 떨어진 설계부서나 생산반장을 찾아 다녀야 했다. 수백 장의 도면을 모두 들고 다닐 수도 없고 철구조물이 많은 조선소 특성상 휴대전화기는 불통이 잦았다. 하지만 지금은 문제가 생기면 그 자리에서 넷북을 펼쳐 도면을 전송받고 생산반장과 화상전화로 의견을 나눈다.

○ 똑똑해지는 중공업·자동차공장들

조선, 자동차, 철강 등 ‘중후장대(重厚長大)’한 산업의 생산현장이 변하고 있다. 변화의 동력은 무선통신이 중심이 된 정보기술(IT)이다. 현대중공업, GM대우자동차, 포스코 등 대표적 제조업체들은 생산현장에 무선인프라를 구축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투자를 최근 완료했거나 현재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넷북 이용 시연에 나선 이 회사 통신운영부 정천환 씨(30)는 멜빵과 벨트, 노트북컴퓨터 가방을 합쳐놓은 것 같은 지지대를 몸에 감고 그 위에 올린 넷북으로 사무실 내근자와 화상통화를 했다. 그는 주변 현장 모습을 웹 캠으로 사무실에 보여주면서 스피커폰으로 설명을 곁들였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9월 KT와 손잡고 590여만 m² 넓이의 이 조선소에 와이브로 인프라를 구축했다. 1초에 A4 용지 도면 27장을 전송할 수 있는 초고속망이다. 선박 블록을 운반하는 특수차량(트랜스포터) 운전사는 운전석에서 차번호를 입력하면 가야 할 장소를 즉시 알 수 있게 됐고 무전기나 휴대전화 통화가 안 돼 사람이 오가며 연락을 하던 선박 지하공간에서도 통신이 가능해졌다.

GM대우차는 12억여 원을 들여 지난해 8월부터 부평공장에 전자태그(RFID) 인프라를 구축했다. 협력업체 생산단계에서부터 주요 부품에 전자태그를 부착해 조립순서에 맞게 부품을 들여올 수 있게 했다. GM대우차뿐 아니라 협력업체 세 곳의 관리비도 연간 4억 원가량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 3G 기술로 현장 요구 따라잡아

포스코는 포항·광양제철소에 무선인프라를 구축하고 현장의 모든 유선전화기를 무선전화기로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지난달 SK텔레콤을 ‘유무선 통합 프로젝트’ 추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무선기술로 제철소 내 각종 시설물과 공정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물류나 에너지 관리 효율도 높인다는 계획이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전통적인 제조 사업장들이 적극적으로 무선통신기술 도입에 나선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최근 무선인프라 기술이 사업장들의 요구에 부합할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KT경제경영연구원의 오윤수 연구원은 “2003년경에도 개인휴대정보기(PDA) 기술로 ‘스마트 팩토리’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으나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개인고객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되면서 이동통신사들이 기업고객으로 눈길을 돌리게 됐다는 점과 전통적인 제조업들이 다른 산업보다 이동통신 기술 적용에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덜하다는 점도 한 요인이다.

울산=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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