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영업맨’ 접고 퓨전주점 뛰어든 최태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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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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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깎아 수익?… 망하는 지름길”
퇴직전 ‘회사 안식년’ 십분 활용…창업강좌 돌며 아이템 찾아
여성용 경품으로 女心잡기 나서
2 년만에 3개 점포… 이젠 웃지요

대기업 영업담당 임원 출신인 최태환 씨는 재직 시절 영업 경험과 직원 관리 노하우를 바탕으로 인생 이모작에 성공한 사례다. 최
씨는 자신의 직장 경험을 살려 창업 2년 만에 퓨전 주점 점포를 3개나 열었다. 사진 제공 한국창업전략연구소
대기업 영업담당 임원 출신인 최태환 씨는 재직 시절 영업 경험과 직원 관리 노하우를 바탕으로 인생 이모작에 성공한 사례다. 최 씨는 자신의 직장 경험을 살려 창업 2년 만에 퓨전 주점 점포를 3개나 열었다. 사진 제공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영업직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외식업 등 서비스업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대체로 낯을 별로 가리지 않는 데다 서비스와 마케팅 요령을 잘 알고,

이 부문 투자에 적극적인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인천에서 퓨전 주점 프랜차이즈인 ‘와라와라’를 경영하는 최태환 대표(52)는

영업직 경험을 토대로 2년 만에 3개 점포를 여는 수완을 발휘했다.》

○ 영업직에서 23년 경험 쌓아

최 대표는 제지회사인 유한킴벌리에 1984년 입사해 2007년까지 23년 근무했다. 주로 영업 부서에서 일했고 퇴직 전에는 영업이사로 일했다. 그는 “더 늦기 전에 수익성 높은 곳에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정년을 채우지 않고 퇴직했다”고 말했다. 유한킴벌리는 퇴직 1년 전 직원들에게 안식년을 주고 있는데, 이때 창업 준비를 했다는 것. 대학 창업강좌는 물론이고 정부에서 지원하는 창업교육, 프랜차이즈 본사 강좌까지 창업 관련 교육을 두루 받았다고 했다.

창업 아이템은 퓨전 주점으로 결정했다. 최 대표는 “퓨전 주점의 음식 맛이나 서비스,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인력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을 보고 성공하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지역 내 최고 상권(商圈)으로 부상하던 구월동에 약 330m²(약 100평) 규모의 첫 매장을 냈다. 창업 자금은 5억 원. 점포 구입비 2억 원, 인테리어 등 개설비 3억 원이 들었다. 집을 팔고 퇴직금을 쏟아 넣고 대출까지 받았다. 리스크가 있는 투자였지만 그는 “단골 고객이 상당수인 점을 보고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섰고,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이런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올인(다걸기)’했다”고 말했다.

○ 마케팅비 인건비 줄여 내는 수익은 수익 아냐

최 대표는 영업이사로 근무하며 쌓은 고객 분석력과 마케팅 능력을 매장 운영에 적극 활용했다. 우선 3개월 이상 고객을 분석한 결과, 고객 80% 이상이 여성이라는 점을 파악하고 ‘여심(女心) 잡기’에 나섰다. 무료 쿠폰이나 전단지 홍보보다는 카드지갑, 파우치 등 핸드백에 보관할 수 있는 물건을 경품으로 제공했다. 또 치마를 가릴 수 있는 담요를 제공한다든지 머리끈을 제공하는 배려도 보여줬다. 손님들이 원할 때는 여성 대리 운전사를 불러 자동차까지 에스코트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마케팅이 성공하면서 매출이 급격히 늘었다. 자금 회수율이 좋아 1호점 오픈 후 10개월 만에 부평에 2호점, 그 뒤 1년도 안 돼 경기 부천에 3호점을 열 수 있었다.

규모가 커지자 ‘직원 관리’ 노하우가 필요했다. 50명 이상의 영업 직원들을 관리했던 영업이사 시절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됐다고 한다. 필요 인원보다 한두 명 더 투입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서비스의 질도 향상시켰다. 핵심 요원인 주방 담당 1명에게 업무가 편중되는 것도 철저히 방지했다.

최 대표는 “매출이 떨어지면 인건비를 가장 먼저 줄이는데, 순간적으로 이익이 될지는 몰라도 결국 폐점하는 지름길”이라며 “비용을 줄여 수익을 내려 하지 말고 서비스 질을 향상시켜 매출 증대로 이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 매출 월 1억7000만 원, 순수익 3000만 원

최태환 대표는 대기업 임원으로 일하며 쌓은 직원 관리 노하우를 자신의 점포 경영에도 접목했다
최태환 대표는 대기업 임원으로 일하며 쌓은 직원 관리 노하우를 자신의 점포 경영에도 접목했다
매장의 영업시간은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다. 최 대표는 이 시간 동안 3곳의 점포 모두를 돌아다니면서 손님 접대와 매장 운영 전반에 관여한다. 세 점포의 매출은 월 1억7000만∼1억8000만 원 수준이고, 이 중 3000만 원 정도가 순수익으로 남는다고 했다.

최 대표는 “퇴직할 때는 불안하고 두려웠는데 3년이 지난 지금 보니 우리 매장 종업원이 30명 이상이 됐다”며 “나 한 사람의 노력으로 이만한 일자리를 만들었으니 보람 있지 않느냐”며 웃었다.

그는 프랜차이즈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몇 가지 조언을 했다. 창업 이후 예상치 못한 투자비용이 생길 것에 대비해 가진 돈을 모두 쏟아 붓지 말라고 했다. 또 ‘오픈 효과’(알고 지내던 사람들을 매장으로 초대해 매출 올리기)에 크게 기대지 말라고도 했다. 그는 “오픈 효과는 실질적인 수요 분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3개월 동안은 매장 개설을 아는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고 실제로 어떤 고객이 업소를 찾는지 파악한 뒤 마케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최태환 씨 성공비결은
고객 데이터 기초로 한 판촉활동 주효


최태환 대표의 성공 비결 첫 번째는 자신 있는 분야에 도전했다는 점이다. 영업직 특성상 직원들과 주점에서 어울릴 기회가 많아 소비자로서 주점의 핵심 성공 요소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둘째, 대기업 근무 경험을 살려 과학적으로 경영했다. 소비 트렌드가 급격히 변하고 경쟁도 심한 요즘에는 구멍가게도 기업처럼 과학적으로 운영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최 대표는 영업이사로 재직할 당시 익혔던 마케팅과 영업력, 분석력을 사업에 적용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경영으로 앞서 나갈 수 있었다.

셋째, 고객지향성이 강한 영업부 체질을 적극 발휘했다. 고객을 배려하는 다양한 마케팅을 펼쳤고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정확한 타깃 고객을 찾아 판촉활동을 했다. 또 근무했던 회사와 연계해 제휴마케팅을 펼쳐 상권 내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종업원 관리에 성공한 것도 최 대표의 성공 비결 중 하나다. 대기업에 근무하던 직장인이 음식점 같은 작은 조직을 경영할 경우 가장 어려워하는 문제가 종업원 관리다. 훈련되지 않고, 직업의식이 약한 종업원들로 인해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 대표는 임원 재직 시 직원 관리 경험을 살려 필요한 인력보다 넉넉하게 채용하고 직원별로 업무를 적절하게 분담하는 등 대기업식 직무 관리를 통해 갑작스러운 결근이나 이직에 대비했다.

앞으로 최 대표가 더 보완해야 할 점들은 1호점의 성공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가는 만큼 △믿고 맡길 수 있는 우수한 인재 양성 △이들에 대한 동기 부여 △상당한 규모의 사업체를 통합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운영 시스템 구축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최 대표와 같은 베이비붐 퇴직자들의 강점은 기존 직장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얻은 업무 수행 능력과 몸에 밴 성실함이다. 한편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새로운 일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지고 도전의식이나 개척정신도 부족해지기 쉬운데 베이비붐 퇴직자들은 노년의 생활을 계획할 때 우선 자신이 가진 강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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