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서비스 따라하기 ‘미투’ 눈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2일 22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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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에서 팔리는 비타민 음료는 너무 많아 고르기 힘들다. '튀기지 않은 통닭'이 한번 유행하면 비슷한 집이 동네에 몇 군데씩 생긴다. 먼저 나온 상품을 따라하는 '미투'(me too) 상품이다. 이런 상품은 대규모 투자나 원천기술이 필요 없는 식음료업계나 외식업계에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통신사들도 그렇다. 원천기술은 대동소이하고 추가 투자는 꺼리기 때문에 식음료업계의 모습을 닮아가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는 22일 개인이나 소규모 기관, 업체가 만든 콘텐츠를 이 회사의 인터넷TV(IPTV) 서비스인 '브로드밴드앤TV' 가입자에게 직접 서비스할 수 있게 하는 '오픈 IPTV'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프로그램 제작 및 선정이라는 방송국의 권한을 개인이나 타 기업에게 넘기는 일종의 개방형 서비스다. 스마트폰에서 개인이나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사고 팔 수 있는 '앱스토어' 형태와 비슷하다. SK브로드밴드는 꾸준히 투자해 왔던 기술이 완성 단계에 이르러 서비스를 공개했다며 경쟁사보다 앞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는 사실 지난해 6월 LG텔레콤(옛 LG데이콤)이 처음 시작했다. KT도 똑같은 개념의 서비스를 3월에 시작할 예정으로 준비했고 23일 사업설명회 일정까지 확정한 상태다. 이날 확인해 보니 세 회사는 모두 자신들의 기술이 가장 뛰어나며 오랫동안 준비해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말에는 SK텔레콤이 '기업생산성증대(IPE)'라는 이름으로 기업시장 공략 계획을 밝힌 바 있다. SK텔레콤의 통신기술로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일종의 정보통신기술 컨설팅 겸 기업용 통신사업이었다. 그러자 LG텔레콤도 올해 1월 초 '탈통신'으로 표현을 바꾼 뒤 기업 시장 진출을 선언했고 KT도 1월 말 '스마트(SMART)'라는 기업대상 사업을 공개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14일에는 KT가 유무선복합(FMC) 전화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였다. KT는 값싼 인터넷전화 비용으로 휴대전화 통화를 할 수 있어 혁신적인 서비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정확히 1주일 뒤인 10월 21일에는 SK텔레콤이 거의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았다. 당시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KT에 앞서 1년 전부터 준비해 온 서비스"라고 강조했지만 발표가 KT보다 늦어 빛이 바랬다.

최근 통신사들이 내놓는 요금제나 부가서비스를 들여다보면 별 차이를 찾기 힘들다. 오히려 명칭만 거창해졌다. 제품에서 차이를 찾기 힘드니 명칭과 마케팅의 강조점을 바꿔 큰 차이가 있는 것처럼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각 통신사들의 마케팅 비용을 합치면 8조 원이 넘는다. 반면 투자비용은 6조 원 대에 불과했다. 그나마 투자비용 가운데 대부분은 연구개발(R&D)이 아닌 장비 구입과 통신망 설치 등의 설비투자 금액이었다. 기술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한 이유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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