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합병 통한 민영화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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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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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동수 금융위원장 국회 정무위서 밝혀

정부지분 매입 6조 필요… 살만한 회사 사실상 없어
주식 맞교환 방식 유력… 합병대상에 하나-KB 꼽혀

진동수 금융위원장(사진)이 우리금융그룹의 민영화에 대해 다른 금융회사와 합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형화를 통해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금융회사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진 위원장은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우리금융 민영화는) 원칙적으로 정부 지분을 단순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시일이 너무 많이 걸린다면 다른 회사와 합병하는 것도 논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진 위원장이 공식석상에서 ‘합병’을 거론한 것은 지난해 말 업무보고에 이어 두 번째다. 정부는 현재 우리금융 지분의 65.97%를 갖고 있다.

○ ‘합병 통해 대형화’ 급부상

금융권에서는 진 위원장이 합병 쪽으로 분위기를 이끌어가려는 의도에서 ‘계산된 발언’을 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민영화 방안을 확정하고 하반기부터 착수하려면 합병 외에는 현실적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 지분 매각이 어려운 것은 우리금융을 살 만한 회사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의 지배지분 50%+1주를 인수하려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외하더라도 약 6조 원이 필요하다. 국내 금융회사 중 이만한 자금력을 갖고 있는 곳은 찾기 힘들다. 대기업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금산분리) 규제 때문에 지분을 9%까지만 살 수 있으며 국민감정을 고려하면 외국 자본에 넘기는 것도 불가능하다. 대주주 없이 지분을 분산 매각할 수도 있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을 수 없고 시간이 지나치게 많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우리금융을 다른 금융회사와 합병하면 대형화를 통해 ‘글로벌 플레이어’로 육성할 수 있다. 겸업화와 대형화를 통해 글로벌 은행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정책과도 부합한다.

이날 진 위원장은 ‘금융회사 대형화 기조가 국제적 흐름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개발해서 국제적으로 잘할 수 있는 지역에 진출하려면 대형화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지나치게 영업 규제가 강한 부분은 완화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 합병 후도 정부지분 20∼30% 남아

우리금융 합병 대상으로 가장 설득력 있게 거론되는 대상은 하나금융이다. 현재 ‘빅 3(KB, 우리, 신한)’에 한참 뒤떨어진 은행업계 4위로 독자적인 성장이 한계에 부닥쳤다는 관측이 많다. 김승유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의지도 강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이 합치면 KB금융을 멀찍이 따돌리고 업계 1위가 된다.

KB금융도 합병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이 합치면 세계적으로도 50위권에 드는 거대 금융그룹이 생기게 된다. 해외 진출을 통해 글로벌 금융회사와 경쟁하더라도 적어도 덩치에서는 밀리지 않는다. 충성도 높은 개인고객을 확보한 KB금융과 대기업 고객이 많은 우리금융 간 합병 시너지효과도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합병이 이뤄진다면 주식 맞교환을 통한 대등 합병 방식이 유력하다. 하지만 이 경우 합병 후에도 정부 지분이 20∼30% 남게 돼 ‘민영화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합병 후 당분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지 않고 경영을 민간에 맡기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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