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돌 맞은 보해 “과실주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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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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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현우 보해양조 대표
“노사 신의 지키는 것이 무분규 30년 비결이죠”

“우리 술의 세계화를 빼놓고 한식 세계화를 논할 수 있습니까? 보해는 창립 60주년을 맞는 올해를 우리 술 세계화의 원년으로 삼으려 합니다.”

17일 경기 용인시 사무실에서 만난 임현우 보해양조 대표이사(54)는 복분자주, 매실주 등 과실주 수출 확대를 통해 최고 경쟁력을 갖춘 주류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1950년 전남 목포에서 창업한 보해양조는 광주, 전남 소주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호남 주류업계의 ‘맹주’다. 1998년 벌꿀을 넣어 숙취를 줄인 ‘김삿갓’을 앞세워 프리미엄 소주 바람을 일으켰고, 2002년 단풍나무 수액(메이플 시럽)을 첨가한 ‘잎새주’를 출시해 수도권 소주시장 점유율을 단번에 15%까지 끌어올리는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회사의 텃밭인 호남 인구가 계속 줄어들어 수도권 공략을 시도했고, 한때 성과를 올리는 듯했지만 영업망과 마케팅 싸움에서 대형 주류업체에 밀려 결과적으로 수도권 소주시장 안착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수도권 소주시장 공략 실패는 보해에 쓴 보약이 됐다. 이때부터 보해는 과실주 등 소주 이외의 주종에서 성장 동력을 찾기 시작했다.

18일 창립 60주년을 맞는 보해양조의 임현우 대표이사는 “복분자주 매실주 등 우리 과실주 수출 확대에 주력해 호남지역 소주시장 맹주라는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사진 제공 보해
18일 창립 60주년을 맞는 보해양조의 임현우 대표이사는 “복분자주 매실주 등 우리 과실주 수출 확대에 주력해 호남지역 소주시장 맹주라는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사진 제공 보해
○ 복분자주 등 과실주 수출 5년 연속 1위

보해는 지난해 ‘매취순’ ‘복분자주’ 등을 전 세계 20여 개국에 300만 달러어치를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국내 과실주(과일만을 발효시켜 만든 술)와 리큐르주(주정에 과일을 넣어 우려낸 술) 수출 분야에서 평균 80%대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2004년 이후 5년 연속 수출 1위에 올랐다. 올해 수출목표는 400만 달러. 지난해 8월부터는 일본시장에 복분자주 수출을 시작했다.

임 대표는 복분자주가 가진 잠재력을 높게 본다. “복분자를 ‘블랙라즈베리’라고 부르며 와인의 부재료로 쓰기도 하는 미국에선 복분자주가 상당히 친근한 술입니다. 과실주 문화가 발달한 중국도 복분자주를 세계인이 즐겨 찾는 술로 만드는 데 유리한 시장이지요.”

그는 복분자주 특유의 단맛이 한식의 매콤한 맛과 잘 어울린다고 말한다. “뒷맛이 달큰한 소주가 매콤한 안주랑 잘 어울리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일본에서 한식의 인기가 올라갈수록 복분자주의 인기도 함께 높아지리라 봅니다.”

○ 안정적인 노사관계는 성장의 버팀목

과실주 수출에 주력한다고 해서 임 대표가 보해소주의 옛 영광 재현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그는 다만 보해소주의 르네상스를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국내시장이 아닌 해외시장에서 찾아야 한다고 믿는다. “멕시코에 갔더니 사탕수수를 원료로 만든 증류주가 인기더군요. 이는 5000만 명이 넘는 미국 히스패닉 인구 상당수가 우리 소주와 유사한 술을 즐긴다는 얘깁니다. 이들이 우리 소주의 맛을 즐기게 준비할 땝니다.”

1971년 노조 출범 이후 30년째 무분규 전통을 이어가는 보해는 지난해 노동부가 노사상생 유공자에게 주는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임 대표는 30년 무분규 비결을 묻자 “노사 모두 신의를 깨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원칙을 강조했다.

“업계 1등이 되려면 직원에게도 1등 대우를 해줘야지요. 다만 회사가 처한 현실을 노조와 충분히 공유해서 협상장에서 서로 욕심을 버리는 것이 무분규 전통의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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