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생명 해외투자 2800억 손실 중징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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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전-현 사장 문책경고… 연임 제한
“이미 손실 반영… 매각작업 큰 지장 없을것”

금융당국이 위험관리절차를 지키지 않고 해외에 거액을 투자해서 2800억 원의 평가손실을 본 금호생명과 이 회사의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를 중징계했다. 금융회사가 해외투자 손실로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은 것은 지난해 9월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직무정지 상당)에 이어 금호생명이 두 번째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부적절한 해외투자로 손실을 낸 금호생명에 기관 경고를, 최병길 전 사장과 박병욱 현 사장에게 문책경고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징계로 금호생명은 3년간 다른 금융업에 진출하는 것이 제한되고 전·현직 두 사장은 3년간 다른 금융회사의 임원이 될 수 없거나 연임을 하지 못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금호생명은 2002∼2008년 해외 유가증권과 부동산펀드 등에 약 8000억 원을 투자해 2009년 6월 기준으로 약 2800억 원의 평가손실을 냈다. 금감원은 금호생명이 주로 미국과 유럽의 위험이 높은 해외 자산에 투자했고 채무변제 순위가 뒤로 밀리는 후순위채나 환매 제한이 있는 채권 및 주식 등과 연계된 파생상품에 투자해 손실이 컸다고 보고 있다.

금호생명은 금감원의 징계를 수용할 계획이지만 금융위기 때문에 발생한 불가피한 투자손실로 경영진을 문책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금호생명 관계자는 “전문평가기관 운용사 자료에 근거한 분석결과 최소 1600억 원은 회수가 가능하며 실현된 투자이익 800억 원을 감안하면 실제 손실은 400억 원 정도”라며 “금융당국에 여러 차례 해명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투자손실 규모보다는 위험관리조치가 미흡했던 것에 대한 징계라고 설명한다. 보험업법과 외국환거래법상 자기자본의 10% 이상을 투자할 때 별도의 위험관리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해야 하는 규정을 어겼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호생명에 대해 2004년과 2006년에 고위험 자산 투자를 줄이고 내부 위험관리기준을 운영하도록 조치했으나 수익성만 추구하는 투자를 계속하다 손실이 커졌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이번 징계가 현재 진행되는 금호생명 매각 작업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은 사모펀드(PEF)를 설립해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계약을 맺고 올해 3월 말까지 금호생명을 인수할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호생명의 해외투자 손실은 이미 상당부분 손실로 반영돼 있어 매각작업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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