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도요타 리콜 반사효과’ 외국인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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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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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로 줄어든 외국인 지분
편입 비중 확대 폭이 주가 좌우

‘도요타자동차의 위기는 현대자동차의 기회.’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 하락과 내수 감소 전망 등으로 주춤했던 현대차와 기아차에 일본 도요타의 위기라는 변수가 끼어들었다. 도요타가 가속기 페달 결함 때문에 인도 캐나다 미국에서 8개 차종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히자 도요타 주가는 곤두박질한 반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가는 반등의 계기를 잡았다.

28일 현대차는 4.13% 오른 11만3500원에 마감했다. 중국의 긴축 우려가 불거진 26일 10만8500원까지 내렸다가 이틀 연속 올랐다. 기아차도 26일 1만8600원에서 이틀 내리 올라 1만9650원으로 마쳤다. 도요타는 전날 4.26% 하락한 데 이어 이날도 2.43% 떨어졌다.

○ ‘품질 우선’ 도요타에 무슨 일이

도요타의 주가는 2007년 2월을 고점으로 3년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7년 2월 27일 8340엔에서 28일 현재 3615엔으로 56%나 떨어졌다. 이 기간에 도요타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먼저 2007년 3월 북미 공장에서 생산하는 도요타의 트럭 툰드라 가속기에 문제가 생겨 교통사고가 일어났다. 이후 도요타 차량에서 비슷한 사고가 이어졌고 지난해 8월에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고급차인 렉서스마저 사고 대열에 합류했다. 리콜로 문제를 해결하려던 도요타는 급기야 관련 차량 생산중단까지 선언해야 했다. 도요타의 ‘품질 신화’에 균열이 생긴 것.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고 고급 품목의 크고 비싼 차를 주로 생산하던 도요타는 판매에 타격을 입었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품질 문제는 기업이 얼마나 정직하게 대응하느냐에 해결책이 달려 있다”며 “삼성전자가 1995년 휴대전화 화형식을 통해 다시 태어난 것처럼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2000년 미쓰비시가 파이어스톤 타이어 결함을 숨겼다가 소비자 신뢰를 잃은 것과 같은 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외국인, 현대차 주식 얼마나 더 살까

도요타가 휘청거린다고 해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가가 오를 일만 남았다는 전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먼저 이들은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국내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합산 점유율은 무려 80%에 이른다. 올해 현대차그룹이 목표한 점유율 87%를 달성한다고 해도 앞으로 내수시장이 성장할 여지는 없다. 해외시장 가운데 중국시장은 자동차 제조업체가 100곳을 넘어 경쟁이 극심하다. 여기에 중국이 긴축 기조로 완전히 방향을 틀면 소비 위축의 위험성도 있다.

한금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내수시장에서 신차 판매량은 최대 146만 대였고 그 덕분에 가격 인상이 가능했다”며 “하지만 지난해 말 정부의 세제 혜택이 끝나 앞으로 한동안은 지난해 수준의 판매량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도요타가 맞닥뜨린 품질 문제는 현대차와 기아차라고 안심할 수만은 없는 사안이어서 지속적인 품질 관리에 힘을 기울여야 하고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원화 가치는 강세)를 이어가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수출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잃게 된다.

이제 관건은 외국인투자가의 움직임이다. 지난해 한때 외국인은 현대차 지분을 50%까지 늘렸으나 올해는 36%대로 낮아졌다. 기아차 역시 외국인 비중이 35%에서 21%로 떨어졌다. 국내 기관투자가는 이미 두 회사의 편입 비중을 최대한 늘린 상태여서 결국 외국인이 얼마나 더 사느냐에 따라 주가 상승의 시기와 폭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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