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유럽發악재에 국내 금융시장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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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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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은행규제 강화-中긴축정책-유럽 신용위험 영향
코스피 37.66P 급락… 원-달러 환율 13.90원 급등
亞증시 동반 하락… 안전한 달러-엔화로 돈 몰려

미국과 중국, 유럽에서 줄줄이 터져 나온 악재에 22일 원-달러 환율이 급등(원화가치는 하락)하고 코스피가 급락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거렸다. 유럽지역의 신용위험, 중국의 긴축정책 등으로 세계 경제의 회복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는 시점에서 미국이 은행규제를 대폭 강화한다고 발표하자 국내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세계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태가 아니어서 주요국의 정책변수가 가시화될 때마다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환율 오름세, 수출기업엔 도움

올해 초만 하더라도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환율 하락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우려가 높았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바뀌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올해 1월 11일까지 51.40원 급락했으나 이후 오름세를 보이며 연초의 하락 폭을 만회해 왔다. 22일에도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90원이나 오른 1151원으로 마감하면서 4일(1154.80원) 이후 다시 1150원대로 올라섰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역외 세력들이 원화를 팔아 달러를 산 뒤 이 달러로 안전자산인 엔화를 다시 사들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올해 초만 해도 원화 강세를 예상하고 엔화를 팔아 원화를 사들였으나 최근 들어 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코스피도 외국인투자가들이 급락장을 주도하면서 전날보다 37.66포인트(2.19%) 떨어진 1,684.35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락폭은 작년 11월 27일(75.02포인트) 이후 최대다. 21일(현지 시간)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01% 하락했고 이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2.56%), 대만 자취안지수(2.47%) 등 아시아 증시도 동반 급락했다.

연초 환율 급락이 올해 한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면 최근의 환율 급등세는 대외 변수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은 “중국의 긴축정책 발표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데다 유로지역의 신용위험 때문에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미국의 금융규제 발표가 환율 급등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풀이했다.

환율의 급등락은 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운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대외 변수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국내 증시가 미국발 악재 앞에서 무기력하게 주저앉은 것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국내 증시는 유럽과 중국에서 날아온 악재에도 꿋꿋하게 버티면서 1,720 선을 회복하는 저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은행의 과도한 위험투자와 대형화를 규제할 경우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이 오름세로 전환되면서 수출 기업이 가격경쟁력을 회복하는 데는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코스피 급락은 지난해 9월 전고점(1,718) 돌파에 대한 부담으로 단기 조정을 받는 측면도 있어 주가의 상승추세 자체가 훼손됐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

미국의 은행규제 방안이 실행되더라도 미국과 한국의 은행 영업 행태가 달라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은 고수익을 노린 은행의 과도한 자기자본 투자와 몸집 불리기가 금융위기를 촉발했다는 반성에 따라 규제의 칼을 빼들었지만 국내 은행권의 투자은행(IB) 업무 비중은 아직까지 미미하기 때문이다.

은행규제 방안에 대한 회의론과 반발도 적지 않아 이를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발표에 대해 바니 프랭크 미 하원 금융위원장은 “(오바마의 구상이 실현되려면) 5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고 말했고,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비니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다만 미국에서 시작된 은행규제 움직임이 국제적 논의로 확산된다면 한국에 파급되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미국은 기업 구조조정보다는 이번 기회에 은행 부실을 정리하겠다는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금융시장의 불안한 재료가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은행권의 체질을 강화해 시장 안정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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