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맞춤형 취업 교육, 후배에 권하고 싶지않다” 57%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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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교육’받고 中企 취업한 전문계高 졸업생
“병역특례 받기위해 참여” 42%

‘계속 근무’ 100명중 28명뿐
“기대 못미쳐” 기업도 불만

중소기업 구인난(求人難)과 청년 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산학연계 맞춤형 인력양성 프로그램’이 겉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중소기업에 입사한 전문계 고등학교 졸업생들의 57%가 “후배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다”며 부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또 42%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병역특례 혜택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 겉도는 ‘중소기업 맞춤형 교육’

부천대 이동욱 e-비즈니스학과 교수팀은 산학연계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지난해 2월 졸업한 전문계 고교 졸업생 1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12월 추적 조사를 벌여 이 같은 분석을 얻었다고 17일 밝혔다. 조사팀은 이 같은 결과를 담은 ‘산학연계 인력양성 프로그램 발전방안 보고서’를 최근 중소기업청에 제출했다.

산학연계 맞춤형 인력양성 프로그램은 전문대나 전문계 고교가 중소기업과 협약을 체결하고 이들 기업을 위한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발하면 졸업 전 1년가량 이 과정을 수료한 학생에 한해 해당 중소기업에 취업하게 하는 제도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은 교육훈련비와 훈련수당을 지급하고, 2년 채용 협약을 맺는다. 또 병역특례 대상 기업 지정 등에서 인센티브를 받는다. 2005년 시범 사업을 거쳐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했으며 지난해에는 전문대 14곳과 전문계 고교 66곳 등 모두 80개 학교에서 2000명이 넘는 학생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프로그램의 외형은 커졌지만 실제 프로그램 참여 수료생과 기업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이번 추적조사에서 나타났다. 2008년 1년 동안 이 프로그램 교육을 받고 조사에 응한 수료생 100명 중 현재 다니는 중소기업에 계속 근무하겠다고 답한 사람은 28명뿐이었다. 26명은 ‘협약 불이행이지만 그만둘 생각이 있다’고 답했으며, 19명은 ‘협약 기간이 끝나면 그만두겠다’고, 20명은 ‘이미 그만뒀다’고 답변했다.

○ “현장에서 느끼는 실망 커”

심층 인터뷰에 응한 학생들은 “전공과 협약 업체에 맞는 맞춤형 교육이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가끔 모교 교사와만 연락할 뿐 사후관리도 없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맞춤형 교육이라고는 하지만 학생들이 업체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고, 부족한 실습 장비로 교육을 하다 보니 수료자들의 능력이 업체에서 기대하는 것보다 많이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중기청 관계자는 “전문계 고교 졸업생들이 실제 중소기업 현장에서 느끼는 실망감이 이번 조사 결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응답자 중 63%가 취업 중기의 월 급여가 120만 원 미만이라고 답했고, 78%는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50시간 이상이라고 밝힌 것. 이 관계자는 “중소기업과 수료생들의 반응이 큰 프로그램인 만큼 문제점을 파악해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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