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대비 아시아 공동기금 출범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8일 19시 00분


코멘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한국 중국 일본) 국가들이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만든 역내(域內) 금융안전망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다자화 기금'이 1200억 달러 규모로 내년 3월 24일 공식 출범한다.

금융안전망은 내년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제5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핵심 의제인 데다 한국은 내년 G20 의장국이어서 CMI 다자화 기금 출범을 계기로 향후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논의의 주도권을 가지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28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아세안+3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은 이날 내놓은 회원국 공동보도문에서 24일 CMI 다자화 계약서 서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명 이후 90일이 지난 내년 3월 24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아시아판 IMF'를 향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는 CMI 다자화 기금은 1200억 달러 규모로 출범한다. 한국은 192억 달러(16%)를 분담하고 외환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면 192억 달러까지 인출할 수 있다. 중국(홍콩 포함)과 일본은 각각 384억 달러(32%), 아세안 10개국은 240억 달러(20%)를 분담한다. 분담하는 기금은 각각 중앙은행에 예치하고 있다가 위기가 발생할 경우 일주일 안에 분담비율에 따라 지원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실제 지원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외환보유액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CMI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계기로 2000년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아세안+3 재무장관 회의결과에 따라 출범한 상호자금 지원체제다. 출범 이후 지금까지는 회원국 양자간의 통화스와프 형태로 유지됐고, 스와프 규모는 780억 달러였다. CMI 다자화 기금은 양자계약을 회원국 전체의 다자계약으로 바꾼 것이고, 규모도 1200억 달러로 늘어났다.

재정부 당국자는 "CMI 다자화 기금과 최근 금융위기 상황에서 맺은 한중, 한일 통화스와프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역내 금융협력체제가 더욱 강해지면서 외환시장 급변에 따른 부정적 효과가 각국으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세안+3 회원국들은 CMI 다자화 기금 출범에 이어 내년 5월 재무장관 회의에서 회원국 거시경제를 감시하는 별도 기구와 역내 발행채권에 대해 신용보증을 제공하는 신용보증투자기구(CGIF)를 각각 설립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국제통화기금(IMF)의 기능을 갖추게 돼 향후 아시아통화기금(AMF) 창설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학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