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400여기 1200조원 시장… ‘원전 르네상스’ 열린다

  • Array
  • 입력 2009년 12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왜 원자력인가
골프공만한 우라늄 에너지
석유 9000드럼과 맞먹어
환경단체 “저탄소 유일대안”

점점 커지는 시장
유럽 ‘脫원전’서 방향 선회
신흥국 원자력 관심 높아져
印 50기 계획-中 규모 확


골프공만 한 우라늄으로 석유 9000드럼, 유연탄 3000t과 맞먹는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원자력 발전이다. 1978년 고리원전 1호기가 가동된 이후 30여 년간 국내서 원자력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기는 모두 2조 kWh에 이른다. 이는 서울에서 약 7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같은 기간에 원자력이 아닌 석유를 사용했다면 155조 원이 더 들었을 것이라고 한다. 또한 원자력발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유연탄의 100분의 1 수준이다.

최근 기후 변화와 온실가스 감축 등으로 인해 원전의 필요성이 부각되는 것은 이처럼 원자력이 더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2008년 기준 세계 31개국에서 436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봤을 때 전체 에너지원 중 발전비중은 15%다. 하지만 2030년까지 400여 기의 원전이 새로 건설될 예정이어서 원자력발전 시장은 급속하게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약 1200조 원의 거대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 영국 독일 이탈리아의 정책 선회

원자력발전은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와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인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컸다. 이 때문에 원전을 지어 놓고도 원전 확장에 소극적인 국가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영국 이탈리아 독일 등은 원자력발전을 계속 하겠다고 발표했고 아랍에미리트(UAE) 등 50여 개국이 원자력발전 계획을 새로 발표하거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탈(脫)원전정책을 고수하던 영국은 2003년 이후 정책 방향을 바꿔 원전 10기 건설 계획을 발표하는 등 유럽의 원자력 르네상스를 주도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1987년 국민투표로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기존 원전을 폐기했지만 최근 신규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독일도 2002년 원전 폐기법을 발효했지만 올해 9월 총선 이후 계속 운전을 추진하는 등 기존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

아시아 및 중동 신흥개발국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인도 등은 대규모 원전 설비 증설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2030년까지 원전설비 규모를 40GW(기가와트)로 확대하는 계획을 갖고 있었으나 최근 ‘신(新)에너지산업발전계획’을 통해 목표치를 대폭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도는 전력수요 충족을 위해 2032년까지 50여 기의 원전을 건설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자국이 개발 중인 중수로 외에 외국의 대형 경수로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 환경단체도 원자력 받아들여

그린피스 창립자 등 대표적인 환경론자들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경제적 에너지원으로서 원전의 역할을 인정하고 원전 지지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린피스의 창립자인 패트릭 무어 씨는 최근 “그린피스는 원자력의 이점과 파괴적 오용을 구분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 전 영국대표인 스티븐 틴데일 씨도 “시급한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원전이 현실적으로 유일한 대책임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달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회의 당사국 총회에서도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의 주요 성명에서 ‘반(反)원자력’ 구호가 사라지는 대신 원전 지지 주장이 등장하기도 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