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로만 올해 매출 1조원… 맛에 감동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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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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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 팔아서 몇푼 벌겠냐고? 오리온 승승장구의 비결
한국서는 情 - 中서는 仁 강조 ‘감성 마케팅’ 적중
中 현지생산 12년 만에 판매 140배 경이적 성장

20일 오후 중국 현지 대형마트인 ‘징커롱(京客隆)’을 찾은 중국 소비자들이 초코파이 등 오리온 제품을 홍보하는 판매대 앞을
지나가고 있다. 오리온은 중국 소비자들의 70%가 중국 기업으로 인식하고 있을 정도로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 제공 오리온
20일 오후 중국 현지 대형마트인 ‘징커롱(京客隆)’을 찾은 중국 소비자들이 초코파이 등 오리온 제품을 홍보하는 판매대 앞을 지나가고 있다. 오리온은 중국 소비자들의 70%가 중국 기업으로 인식하고 있을 정도로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 제공 오리온
20일 오후 중국 베이징(北京) 왕징(望京) 거리에 있는 대형마트 카르푸의 과자 판매대 앞에 어른들의 손을 잡은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판다 모자를 쓰고 있는 판매 직원은 시식하러 몰려드는 사람들에게 제품을 나눠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 제품은 중국말로 ‘슝마오파이파이’, 우리말로는 ‘판다 파이’다. 카르푸 인근 월마트, 롯데마트 등에서도 판다 파이를 맛보기 위해 줄을 서는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중국인들의 입맛은 물론 감성까지 사로잡은 이 기업은 중국에서 ‘하오리유’라고 불리는 한국기업 오리온이다. 오리온은 중국 등 해외 매출의 급증에 힘입어 과자(건과류) 판매로 올해 처음 매출 1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 제과업계 글로벌 블루칩

‘1조 클럽’에 가입해 있는 국내 식품 기업은 9개다. 하지만 빙과와 음료를 제외한 건과만 팔아 1조 원 매출을 달성한 것은 오리온이 처음이다. 특히 올해 3분기(7∼9월)까지 해외 매출이 4376억 원으로 국내 매출 4279억 원을 사상 처음으로 앞지르면서 오리온의 1조 원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3분기까지 3149억 원의 매출을 올린 중국이 있다.

1956년 설립된 오리온은 ‘오리온 카라멜’이라는 히트 상품을 선보이면서 성장하다 1974년 4월 최대 히트 상품인 ‘초코파이’를 내놓으면서 일대 도약을 했다. 이어 1980년대에는 ‘치토스’ ‘포카칩’ 등으로 스낵 시장은 물론 ‘후라보노’ ‘센스민트’ 등으로 껌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국내 제과시장의 성장이 둔화되기 시작하면서 오리온의 눈은 해외로 향하기 시작했다.

○ 중국서 지난해의 두 배로 성장

제과업계에서 오리온은 해외 시장 개척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1993년 중국 베이징에 사무소를 개설한 데 이어 1997년 베이징과 톈진(天津) 사이에 있는 허베이(河北) 성 랑팡(廊坊) 시에 초코파이와 ‘카스타드’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일찌감치 건설했다. 이어 2002년에는 상하이(上海)에 종합제과공장을 추가 건설했고 2006년에는 다시 기존 랑팡 공장을 2배 이상 규모로 증설했으며 올해에는 광저우(廣州)에 공장을 신설했다.

김흥재 오리온 중국법인 대표는 “중국 현지 생산을 시작했던 1997년에는 30억 원 정도에 그쳤던 매출이 12년 만인 올해 4200억 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며 “프리토레이, 리글리, 네슬레 등 거대 글로벌 제과기업과의 경쟁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오리온은 중국 외에도 3분기까지 러시아에서 394억 원, 베트남에서 480억 원 등의 매출을 올렸다. 회사 측은 2012년에는 해외 시장에서만 매출 1조 원을 기대하고 있다.

○ 과자에 ‘중국 DNA’를 심어라

오리온이 승승장구한 비결은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 않고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는 데 있다. 최근 케이블방송 시장의 강자인 ‘온미디어’를 매각하기로 한 것도 이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중국 진출 초기인 1995년 일부 제품에서 곰팡이가 발견되자 초코파이 10만 개를 전량 수거해 소각하는 등 ‘품질 최우선 주의’를 고수한 것도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게다가 중국 소비자의 70%가 오리온을 중국기업으로 인식할 정도로 중국 역사와 중국인의 습성 등 ‘중국 DNA’를 제품에 접목한 마케팅도 주효했다. 초코파이 포장에 중국인이 좋아하는 붉은색을 사용했고, 국내에서는 ‘정(情)’으로 대표되는 마케팅을 중국에서는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인(仁)’으로 대체했다.

중국에서 오리온의 ‘감성마케팅’은 초코파이뿐만 아니다. 오리온은 ‘10억 중국인 모두가 좋아한다’는 판다를 활용해 판다 모양의 파이를 선보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판다 파이’는 모양이 복잡해 생산 비용이 늘어났지만 중국인들의 가슴을 파고들기 위해 과감한 도전을 선택한 것이다.

판다 파이 매출의 일정액을 판다 보호기금에 전달하는 것도 중국인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상우 오리온 대표이사는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하는 중국 시장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과 동남아시아, 중동 등 전 세계로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이 때문에 오리온 중국법인의 구호는 ‘월드 클래스 차이니스 컴퍼니(World Class Chinese Company)’”라고 강조했다.

베이징=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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