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률 뚝… 국내서 투자자금 조달 어려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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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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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투자자립도, 외환위기 이후 처음 기준치 이하로

가계저축이 줄면서 기업들이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국내에서 전부 조달하기 힘든 상황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 년간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고 내부에 쌓아두는 유보금이 많아졌지만 가계저축이 큰 폭으로 줄고 있어 경기가 회복돼 기업이 투자를 대폭 늘리면 자금 부족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총저축률을 총투자율로 나눈 투자자립도는 98.4%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자립도가 100% 미만으로 떨어졌다. 투자자립도가 100% 아래로 낮아지면 기업들이 공장을 짓거나 새로운 기계를 살 때 드는 자금을 국내 저축만으로는 모두 충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투자자립도는 2000년대 들어 100%대를 유지하다 2004년 113.7%까지 높아진 뒤 점차 하락해 지난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올해는 경상수지 흑자로 기업저축이 대폭 늘어남에 따라 자립도가 110%대로 올라선 것으로 추정되지만 개인저축은 여전히 부진하다.

지난해 투자자립도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경제주체들이 벌어들이는 수입 가운데 저축하는 금액이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990년대까지만 해도 40%에 육박했던 총저축률이 지난해에는 30.7%로 낮아졌다. 특히 가계저축률은 1986∼90년 연평균 16.9%였지만 2006∼2008년에는 연평균 4.8%로 급락했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2120만 원으로 1970년(9만 원)의 243배 규모로 늘었지만 실제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은 감소하면서 저축을 할 만한 여력이 줄었기 때문이다.

한은 금융경제연구원은 1970년 이후 저축률과 투자율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정부나 기업 부문의 저축보다는 개인저축이 늘어야 전반적인 투자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홍승재 금융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가계저축 감소가 ‘기업 투자여력 감소→경기 부진→개인소득 감소→소비 위축’이라는 악순환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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