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GREEN]<2부>⑧엘리베이터에서도 친환경을―LG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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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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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잡는 별동대 “에너지 쥐어짜 CO2 12% 줄여”

기후변화 대응팀 8명 꾸려
매달 아이디어-보고서 제출
온실가스 감축 인증서 11개
통근차도 LNG버스로 바꿔


9일 오후 충남 서산 LG화학 대산공장 회의실. 20여 명의 직원들이 모여 에너지 절감과 친환경 관련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있었다. 단상에 선 사람은 여수공장의 NCC공장 기술팀 방상혁 차장(39)이었다. 그가 발표한 것은 ‘탈기기 속 스팀 억제 회수 장치’. 탈기기는 보일러에 공급되는 물속 산소를 없애는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는 스팀을 넣어 온도를 높여주며 산소를 내보내다 보니 산소뿐 아니라 스팀까지 날아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방 차장은 “회수 장치를 만들어 스팀을 아끼자”고 제안했다.

이날 회의는 LG화학의 ‘전사 에너지 공유회’에 내보낼 안건을 뽑는 자리였다. 이 행사는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김반석 LG화학 부회장 등이 참석하는 LG화학의 가장 중요한 연말 행사다. 240개 안건 중 최종 후보로 꼽힌 것은 고작 8개였다. 이 중 가장 많은 안건(4개)을 낸 곳은 방 차장이 속한 여수공장이었다. 비결이 무엇일까? 이곳엔 이산화탄소를 잡는 8명의 ‘별똥조직’이 있었다.

여수공장 별똥조직의 정식 명칭은 ‘에너지/기후변화 협약 대응 태스크포스팀(TFT)’. 임무는 에너지 절감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다.

팀은 꾸려졌지만 사실 본업이 아니라 가욋일이었다. 팀이 꾸려진 것은 4년 전인 2005년. 38개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교토의정서가 발효된 직후였다.

‘이산화탄소 잡는’ LG화학 여수공장 내 프로젝트 팀 ‘에너지/기후변화 협약 대응 태스크포스팀’ 멤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 제공 LG화학
‘이산화탄소 잡는’ LG화학 여수공장 내 프로젝트 팀 ‘에너지/기후변화 협약 대응 태스크포스팀’ 멤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 제공 LG화학
LG화학은 에너지 절감 전문가로 꼽히는 직원을 공장별로 한 명씩 총 8명을 차출했다. 매달 공장별 에너지 절감 성과와 이산화탄소 감축량을 보고하고 관련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임무였다. 온라인 회의는 수시로 했고 1년에 4번은 얼굴을 보면서 회의했다.

하지만 일하느라 바쁜 일반 직원들에게 이산화탄소를 줄이자는 이야기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차출된 팀원들조차 “내가 왜 이걸 해야 하냐”며 부담스러워했다.

팀 멤버들은 동료들을 직접 찾아가 스팀을 1t 줄이면 이산화탄소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직접 설명했다. 직무 가이드북 뒤에 탄소 절감의 중요성을 덧붙이기도 했고 아이디어를 내달라고 읍소하기도 했다.

원년 멤버인 송형석 대리는 “시범사업 당시 에너지를 10분의 1로 줄인 적이 있다”며 “회사 수익도 났고 무엇보다 화학산업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갖게 된 것 같아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노력은 점차 성과로 이어졌다. 지식경제부로부터 온실가스 배출 감축 실적 인증서를 11개나 받았다. 4년 전에 비해 제품 1개를 만드는 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은 12.3% 감소했다.

일상생활에서도 줄일 것은 줄여 나가자는 분위기가 정착했다. 여수공장은 통근차량을 액화천연가스(LNG) 버스로 바꿨다. 회사가 자전거 이용을 장려하면서 이른바 자전거 출퇴근족도 크게 늘었다. TF 팀원들은 생활 속 실천에서도 한발 앞서 나간다. 최근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구입한 송 대리는 “똑같은 차에서도 연료소비효율이 어떻게 되고 탄소 배출량은 어떻게 되는지 따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환경안전지원팀 모성훈 대리(30)는 “대형 할인마트에서 청소기 하나 구입하는 데도 에너지 소비효율 표시부터 따지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 에너지 절약 운동을 소비자들과 함께 하는 게 꿈이다. PVC 공정기술팀 문성주 차장(39)은 “마른 수건을 다시 짜듯 계속해서 절감 아이디어를 내다보니 공장에선 더는 낼 아이디어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여수=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사무실 형광등 점등에 사용되는 여수공장 내 풍력발전기. 사진 제공 LG화학
사무실 형광등 점등에 사용되는 여수공장 내 풍력발전기. 사진 제공 LG화학
“에너지 절감은 위기 아닌 기회”
LG화학, 10년간 50억 규모 탄소배출권 확보


LG화학은 최근 현대자동차 하이브리드카 ‘아반떼’와 기아자동차 하이브리드카 ‘포르테’에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를 단독 공급하며 ‘녹색기업’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에 앞서 올해 초에는 미국 GM의 전기자동차 ‘시보레 볼트’의 리튬이온 배터리 단독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고유가 시대에 화학 업체에 에너지 절감은 ‘생존’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LG화학은 힘든 현실을 ‘기회’처럼 받아들였다. 비닐 장판, 플라스틱 빗, 새시 등 생활 속 제품들을 만들던 이 회사는 친환경 이미지로 거듭나고 있었다.

‘에너지/기후변화 협약 대응 태스크포스팀’을 만든 것 외에도 LG화학은 전남 나주공장 청정연료전환(CDM)사업을 유엔에 등록하고 앞으로 10년간 약 20만 CER(유엔이 인증한 온실가스 배출권)를 확보했다. 현재 유럽지역 내 탄소배출권 시세로 환산하면 50억 원에 이른다. 2007년부터는 전 사업장 인트라넷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사고 팔 수 있는 ‘사내 배출권’ 제도를 도입했고, 지난달에는 전국 8개 공장에서 국제 기준에 맞춰 온실가스량을 계산하는 ‘온실가스 인벤토리’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대규모 사업이나 전사적 캠페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수공장에서는 사무실 내 ‘절전’ 스티커 대신 풍력으로 형광등을 켜며 에너지 절약 운동을 하고 있다. LG화학 환경안전팀 이상형 부장은 “우리 스스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했다. 앞으로는 기업 간 거래(B2B) 분야 위주로 에너지 절감 운동을 벌여온 것을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탄소 배출이 적은 제품을 중점적으로 내놓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수=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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