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주의 Biz WINE]하늘 위의 와인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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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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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항공사 1년에 100만병 소비
최고 전문가 초빙 탑재 와인 선정
호주 콴타스항공 ‘최고 와인’ 뽑혀

지난달 22일 싱가포르로 향하는 대한항공에서 올해 보졸레 누보를 맛보았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와인을 마시겠냐는 승무원의 제안을 거절하려는데 ‘2009 보졸레 누보’란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세상에 나온 지 고작 사흘밖에 안 된 와인을 비행기에서 제공한다니 과연 항공사의 와인 서비스가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는 말은 소문만이 아니다.

작년 한 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서 소비된 와인은 100만 병이 넘는다. 와인 문화가 정착된 유럽 항공사들의 와인 소비량은 엄청나다. 2006년을 기준으로 독일 루프트한자가 340만 병, 영국항공(BA)은 600만 병의 와인(레드, 화이트)과 6만5000케이스의 샴페인을 소비했다.

최근 항공사들은 무엇보다 퍼스트 클래스와 비즈니스 클래스에 제공되는 와인 리스트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두고 지난달 미국 유에스에이투데이는 경제 불황으로 경쟁이 치열해지자 기존의 고정 고객을 놓치지 않기 위한 항공사들의 자구책이라고 분석했다.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항공사 중 하나인 싱가포르에어라인의 경우 1년에 평균 220만 병을 구입하는데 여기에 지출하는 금액이 1600만 달러라고 한다. 이 중 퍼스트 클래스용으론 18만8000병 정도가 사용되지만 이들 가격은 전체 구입가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다.

이 항공사의 경우 20여 종도 채 되지 않는 와인을 선택하기 위해 무려 1000종이 넘는 와인을 테이스팅하며 이 자리에는 ‘파리의 심판’을 주최했던 스티븐 스퍼니어 같은 세계적인 와인 전문가를 초빙할 정도다. 이미 아시아나항공도 수년 전부터 세계 소믈리에 대회 우승자를 초청한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 탑재 와인을 선정하고 있다.

항공사들의 와인 쪽 평가자가 갈수록 많아지는 현상도 기내 와인 서비스 및 리스트의 향상을 가져오는 중요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유에스에이투데이는 와인 전문가 댄 버거와 함께 미국에 취항하고 있는 33개 항공사의 와인 리스트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1위에는 일반석, 프리미엄 클래스 와인 리스트 평가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둔 호주 콴타스항공이 선정되었다.

이들은 프리미엄 클래스에 ‘2005 르윈 에스테이트 아트 시리즈 샤르도네’와 ‘2004 펜폴즈 빈389 카베르네 시라즈’를 제공하고 있다. 뒤이어 뉴질랜드항공, 영국항공이 2, 3위를 차지했다. 아울러 단 버거는 최고의 샴페인으로 일본항공이 퍼스트 클래스에 제공하는 ‘1997년산 살롱’을 뽑은 뒤, 이렇게 희귀(총생산량 6만 병)하고 고가(미국 리테일 가격 기준 220달러)인 샴페인을 기내에서 제공할 수 있음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모 항공사는 곧 프리미엄 클래스에서 제공하는 샴페인을 일반석 고객에게 글라스 단위로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한다. 어차피 운항이 끝나면 기내에 남아 있는 와인은 모두 버려야 한다니 항공사나 승객 양측 모두에 괜찮은 아이디어 같다.

김혜주 와인 칼럼니스트

이번 주의 와인 - 알타이르

칠레 란항공이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제공하고 있다. 산페드로사와 프랑스 항공사 다소가 소유하고 있는 생테밀리옹의 샤토 다소와의 합작으로 탄생한 칠레 와인이다. 카베르네 소비뇽을 주 품종으로 카르메네르, 메를로가 블렌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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