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환호’… 금호-SK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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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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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비중 높은 삼성-LG
환율 덕 ‘어닝 서프라이즈’
롯데는 ‘제2롯데월드’ 성과


현대·기아 시장점유율 쑥쑥
포스코 3분기 역전 ‘부활’
두산 M&A 후유증으로 고전


2009년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불안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잠재력은 위기에서 더 빛났다. 정보기술(IT), 자동차 업종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연초 위기를 맞았던 철강과 건설업종도 하반기(7∼12월)에는 회복세로 돌아섰다. 기업별로는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친 경영환경에 희비가 엇갈렸다. 여러 해 동안 풀지 못한 숙원 사업을 해결한 기업이 있는 반면, 뜻하지 않은 악재(惡材)로 이미지를 구긴 기업도 있었다.

○ 안팎으로 실적 호조에 표정관리

주력 계열사의 제조업 수출 비중이 높은 삼성그룹과 LG그룹은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 효과로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올렸다. 삼성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올해 한국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연간 매출 100조 원, 영업이익 10조 원의 고지(高地)에 다가섰다. 경영 외의 이슈도 잘 풀렸다. 그룹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법적 논란이 1996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의혹이 불거진 이후 13년 만인 올해 8월 대법원 선고로 완전히 종결됐다. 재계는 이건희 전 회장의 사면복권과 경영일선 복귀, 이재용 전무의 경영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확정되려면 몇 가지 관문이 남아 있지만 노사정(勞使政)의 복수노조 시행 유예 합의로 ‘무(無)노조 경영’ 문화를 유지할 여건도 마련했다.

LG그룹도 ‘넉넉한’ 한 해를 보냈다. 3분기(7∼9월)까지 93조 원의 매출을 올려 올해 목표치(116조 원)의 80%를 일찌감치 달성했다. LG전자는 TV 세계시장 점유율 2위(13.3%), 휴대전화 세계시장 점유율 3위(10.9%)를 확고히 유지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올해 말에도 “어렵더라도 내년에는 도전적인 목표를 세워 달라”며 공격경영을 선언해 재계의 화두를 잇달아 선점했다. 구 회장은 지난해 말 “어렵다고 사람을 내보내지 말라”고 지시해 재계는 물론이고 각계각층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LG는 올해 채용인원을 연초 계획보다 3600명 더 늘렸다.

롯데그룹은 숙원사업인 ‘제2 롯데월드 건설’을 올해 가시화했다. 롯데는 올 6월 공군과 ‘서울기지 비행안전 및 작전운영 여건 보장을 위한 합의서’를 체결하면서 지난 15년 동안 국방부의 반대로 진행하지 못했던 초고층 건물 건설에 한 발짝 다가섰다. STX그룹도 조선경기 침체 등 경영환경 악화를 딛고 나름대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 희비가 교차한 한 해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성적표도 ‘수’를 받았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움츠러든 상황에서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시장점유율을 늘렸다. 미국 GM과 크라이슬러가 파산하고 일본 도요타가 뒷걸음질한 올해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웃은 기업은 현대·기아차와 폴크스바겐그룹 정도에 그친다. 성장을 이끈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승진으로 ‘3세 경영 체제’ 전환도 발 빠르게 진행됐다. 하지만 11월 승용차 부문이 일본 시장에서 철수한 것은 ‘옥에 티’로 꼽힌다.

올해 포스코는 ‘기사회생’했다. 포스코는 올해 2분기(4∼6월)에 2000년 이후 가장 저조한 수준인 1705억 원의 영업이익에 그쳤다. 하지만 3분기에는 이보다 무려 500% 늘어난 1조18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주요 기업 가운데 가장 드라마틱하게 부활한 주인공이 됐다.

GS그룹도 웃음과 눈물이 교차했다. 하반기 경기 회복 조짐이 보이면서 GS홈쇼핑과 GS리테일 등 유통 부분의 회복세가 탄력을 받았다. GS건설도 3분기에 사상 최대인 1978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반면 주력 기업인 GS칼텍스가 올해 유가(油價)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3분기 정유부문이 영업적자를 보이는 등 고전한 것이 전체 그룹 분위기를 떨어뜨렸다. 한진그룹과 한화그룹도 악화된 경영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는 했지만 하반기 들어 회복세로 돌아서는 등 ‘별 탈 없는’ 한 해를 보냈다.

○ 한숨지은 2009년

올해 재계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만큼 많은 구설수에 오른 기업은 없었다. 재무구조 악화에 따른 대우건설 재매각, 박삼구 명예회장과 동생 박찬구 전 화학부문 회장의 경영권 다툼, 금호건설 입찰 비리, 대한통운 비자금 수사 등 잇단 악재로 내우외환에 시달렸다.

두산그룹도 밥캣 등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후유증으로 유동성 위기설에 휘말리는 등 어지러운 한 해를 보냈다.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지만 다시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의 자살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그룹 차원이 아닌 오너 일가의 문제이긴 했지만 그룹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쳤다.

SK그룹의 성적표도 좋지 않았다. 주력 사업인 유류, 통신 분야는 기름값, 통신요금을 내리자는 정부의 ‘서민 경제’ 정책에 속을 태웠다. 계열사인 SK에너지는 화학사업과 자원개발 사업은 비교적 선전(善戰)했지만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정유사업에서 2분기, 3분기 연속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SK텔레콤은 최근 아이폰을 내놓으며 주목을 받은 KT에 ‘이슈 선점 경쟁’에서 밀리는 모양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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