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한국의 부동산 거품과 동유럽 부도위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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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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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사태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잠시 충격을 받았다. 주말이 지나면서 안정되는 모습이지만 적지 않은 투자가들이 경계심을 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전문가들은 두바이월드의 600억 달러 채무는 작년 이후 발생한 부실 금융자산 3조4000억 달러에 비해 껌 값이고 주머니 두둑한 맏형 아부다비가 조만간 구제해 줄 것이니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럴 것 같다. 하지만 이 사건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심리적 영향력은 600억 달러 이상이 될지도 모른다.

벌써 국가부채가 높은 그리스와 헝가리 그리고 일부 동유럽 국가의 부도 리스크 프리미엄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 또 개도국 채권 전반에 걸쳐 투자 주의 기류가 형성된다.

게다가 최근 일부 전문가들이 올해 이후 급격히 오른 아시아 지역의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적정 수준을 지나 거품 단계에 진입하는 조짐이 있다고 주장한다. 주로 서구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것이라 선진국보다 빠른 아시아 경기회복에 대한 시기심 섞인 지적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이들의 거품 논쟁이 일부 일리가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중국은 지난 10개월 동안 1조2000억 달러의 경기부양 정책을 폈다. 이 중 상당 부분이 구조조정 대상인 국영기업을 연명시키는 쪽으로 흘러갔거나 부동산 투자로 유입되어 장기적으로 건강한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중국 정부가 재정수입에 비해 단기에 과도한 경기부양책을 폈기 때문에 당장 내년부터 후유증이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찮다.

한국도 순탄치만은 않다. 얼마 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2002년 이후 최고인 5.5%로 전망했다. 금융위기 이후 부상한 우리나라 제조업의 경쟁력이 낙관적인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 준 것은 사실이지만 부동산 시장에는 여전히 ‘불편한 진실’이 남아 있다. 우선 재고로 남아 있는 전국의 13만 채 가까운 미분양 아파트가 여전히 복병이다. 분양가로 환산해 보면 두바이월드의 600억 달러와 그리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금액이다.

여기에 두바이를 벤치마킹해 개발 중이거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각종 지역개발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시점에서 이런 대규모 공급이 얼마나 해결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혹자는 역사상 모든 투자가에게 가장 큰 손해를 끼친 네 단어가 바로 ‘이번엔 달라(This time is different)’라는 말이라고 꼬집는다.

최근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화려한 부활이 경기회복의 신호이기 때문에 반갑기는 하나 우리나라 투자가들에게 행여 ‘우리는 달라(We are different)’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지 않을까 걱정된다. 한국은 이웃 일본과 다르고 두바이와는 다르기 때문에 부동산 투자는 결코 실패가 없다고 굳게 믿는 신화가 자리 잡는다면 언제 두바이의 짙은 그림자가 우리의 머리 위에 드리울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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