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만족도 쑥쑥… 이직 ‘사실상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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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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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아내-자녀 챙겨주는 삼성토탈 ‘가족중심 노무관리’

부인들 복리후생 활동 참여
도서관 만들어 교육문제 해소
경영진 섬세한 배려도 한몫

충남 서산시 대산읍에 들어서자 하얀 연기를 뿜어내는 수많은 석유화학 공장의 반응탑이 눈에 들어왔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토탈을 비롯해 LG화학, KCC 등의 석유화학 공장이 모인 대산석유화학단지이다.

삼성토탈은 2001년 대전 대덕연구단지와 서울 중구 태평로 사옥에 각각 떨어져 있던 연구소와 일부 지원부서를 이곳으로 옮겼다. 그때만 해도 직원들이 회사를 우르르 빠져나가지 않을까 걱정이 컸다. 서울대, KAIST, 포스텍 등을 졸업한 우수 인력들이 교육, 의료, 문화 혜택이 부족한 지방근무를 꺼릴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기우에 그쳤다. 회사 측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입사 3년차 미만 신입 연구원의 퇴사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한두 명에 그쳤다. 생산직과 영업직을 포함한 회사 전체 퇴직률이 지난해 3.5%, 올해 1.8%에 불과할 정도로 직원들의 충성도가 높았다.

비결이 무엇일까. 첫째는 직원의 아내와 아이들까지 챙기는 가족 중심의 노무관리다. 삼성토탈은 직원 부인 113명으로 꾸려진 10개의 운영위원회를 만들어 회사의 복리후생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시켰다. 부인들의 관심사는 단연 아이들 교육이었다. 운영위는 회사의 지원금을 받아 서산 시내 직원아파트 단지에 아이들의 공부방과 유아도서관을 갖춘 교육문화센터를 운영했다. 운영위 활동을 통해 아이들과 문화체험을 떠나고 사진 찍기, 원예 등 개인의 취미도 즐겼다.

삼성토탈이 최근 연 김장 담그기 행사도 부인들이 직접 마련했다. 김치를 담가 불우이웃에게 나눠준 뒤 나머지는 대산공장 마당에 묻어 놓고 점심시간마다 회사 식당에서 꺼내 먹도록 했다. 김칫독 뚜껑에는 김치를 담근 가족의 이름을 일일이 적어 놓았다. ‘○○팀 ○○○과장 가족이 담갔다’는 메모가 붙은 김치를 먹으면서 집에서 식사하는 기분을 느끼게 하려는 배려에서다.

운영위에 참여하고 있는 이현희 씨(40·여)는 “지방 근무를 하면서 가장 큰 걱정은 아이들의 교육과 가족의 문화생활이었다. 부인들도 지방의 사원아파트에 사는 것이 편치만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회사가 앞장서서 이런 문제를 직접 해결해주니 남편들도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두 번째 비결은 ‘섬세한 배려 경영’이다. 유석렬 사장이 올해 초 취임 일성으로 “밝고 즐겁고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뒤 삼성토탈의 부장급 간부들은 매주 수요일에 부서장 리더십 회의를 갖는다고 한다. 이 자리에선 각자가 조직관리 노하우를 공개한다. 지방 근무를 하면서 결혼 상대 찾기가 만만찮은 미혼 직원을 위해 서산의 초등학교 여교사들과 단체 미팅을 주선한 아이디어도 이런 회의에서 나왔다.

식당 운영방식도 독특하다. 삼성에버랜드에 외주를 주는 다른 삼성 계열사와 달리 조리사를 직접 뽑아 식사를 제공한다. 조리사 20여 명은 모두 기간제가 아닌 정규 직원이다. 김병주 인사담당 상무는 “정규직원이라야 자기 식구에게 밥을 해 주듯 정성을 기울이지 않겠느냐”고 했다.

개인의 성취감을 존중하는 문화도 이직 최소화에 적잖은 기여를 한다. 이 회사 연구소는 팀 단위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개인별로 쪼개 나누는 ‘1인 1과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최창현 삼성토탈 연구소장(전무)은 “개인의 이름을 걸고 연구 성과를 내 성취감을 느끼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산=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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