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랠리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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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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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쇼크 - 경기회복 지연에 몸사려
국내외 금융시장 연말효과 없을 듯

올해에도 투자자들의 마음속에 산타클로스가 찾아올 수 있을까. 대개 12월에는 연말 소비 증가에 따른 기업이익 개선, 새해 경제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증시가 강세를 나타낸다. 실제 지난 10년(1999∼2008년)간 매년 12월 증시를 보면 한국과 미국 모두 10년 중 7차례 상승세를 보였다. ‘산타랠리’, ‘연말효과’와 같은 말들도 여기서 비롯됐다.

그러나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은 예년보다 우울한 연말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 올봄 이후의 긴 랠리에 지친 투자자들은 최근 두바이 사태와 경기회복 지연 우려 등으로 인해 다시 자신감을 잃고 보수화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 연말로 갈수록 안전자산에만 몰려

투자자들이 공격적 투자를 겁내는 태도는 미국 국채시장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지난달 30일 현재 10월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3.21%까지 떨어졌다. 국채에 자금이 몰린다는 것은 경기회복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높아졌음을 뜻한다. 특히 지난달 19일에는 일부 단기 국채금리가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3월부터 전개된 주가 상승에서 어느 정도 차익을 얻자 욕심을 더 내기보다는 이를 보존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금값과 엔화값은 요즘 매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투자 보수화의 가장 큰 계기는 두바이월드의 채무상환유예 선언이다. 두바이 쇼크는 이곳에 대출을 많이 해준 유럽 금융시장에 빠르게 번지면서 이 지역의 은행 간 단기금리가 급등하는 등 투자심리 악화를 가져오고 있다. 기대했던 연말 쇼핑시즌 성적도 그다지 좋지 않다. 미국소매협회에 따르면 추수감사절 이후 4일간 미국 소비자들의 1인당 평균 지출규모는 작년 372.6달러에서 올해 343.3달러로 줄어들었다.

○ “한 해 투자 사실상 마감하는 분위기”


국내 시장도 싸늘하기는 마찬가지다. 코스피시장의 11월 하루평균 거래량은 2억8000만 주로 8월 5억1100만 주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식형펀드 자금도 11월까지 5개월 연속 대량 유출이 이어지는 추세다. 두바이 사태가 터진 지난달 27일 국내 증시가 글로벌 주요 증시 중 가장 많이 떨어진 것도 투자심리 악화로 수급 상황이 극도로 취약해져 있음을 증명한다.

증권사들은 대체로 12월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1,500∼1,650으로 잡으면서 연말의 ‘산타랠리’를 올해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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