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제품 수출회복 견인차… 중국시장이 효자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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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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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출 사상 첫 세계9위
D램 반도체 세계시장 점유율 61%까지 치솟아
‘불황형 흑자’ 우려속 내년 두자릿수 증가율 기대

《수출산업은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우리 경제가 빠른 회복을 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올해 수출은 전년 대비 14%가량 줄어든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지만 20∼30% 감소한 다른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뛰어난 위기 대응 능력을 보여줬다. 이것이 세계 9위 수출 대국에 오른 원동력이었다. 올해 한국 기업들이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400억 달러의 무역 흑자는 수출 확대보다 수입 감소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제2의 외환위기’ 우려까지 낳던 금융시장을 진정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하반기 들어 수출증가세 확대

올해 1∼10월 한국의 수출은 2940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7% 줄었다. 국내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은 2001년 이후 8년 만이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세계 물동량이 크게 감소한 가운데 한국은 세계 10대 수출국 가운데 수출 감소율이 가장 낮았다. 올 6월부터는 ‘세계의 공장’ 중국보다도 낮은 수출 감소율을 보였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해 연간 한국의 수출은 3620억 달러로 작년 12위였던 세계 수출순위에서 영국 러시아 캐나다 등을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9위 진입이 예상된다.

올해 하반기 들어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향후 성장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물량기준으로 본 수출은 올 6월부터 이미 작년 대비 증가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올해 무역수지 흑자는 사상 최대인 4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무역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1998년 외환위기 때 한국이 390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낸 것과 같은 ‘불황형 흑자’라고 평가한다. 수출이 감소했지만 연간 수입액이 작년보다 26.3% 줄어든 321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집계되는 등 수입 수요가 급감해 큰 폭의 흑자를 냈다는 지적이다.

○ 정보기술(IT)과 중국 시장의 힘

한국이 세계 9위 수출국가가 된 데는 IT와 중국 시장의 힘이 컸다. 올해 수출 규모가 감소한 가운데서도 IT 수출은 약진했다. 휴대전화, 반도체, 디스플레이, 컴퓨터 등 4개 IT 제품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대비 3.1%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대표적인 수출산업인 D램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등 한국 업체들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49.6%에서 올해 2분기 61.0%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메모리 반도체의 시장 가격도 크게 올랐다.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의 액정표시장치(LCD) 수출도 늘어났다. 한국의 LCD 세계시장 점유율은 작년 2분기 44.5%에서 올해 2분기 55.4%까지 상승했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세계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6.5%에서 올해 3분기 8.2%로 성장해 힘을 보탰다. 세계 1위인 국내 조선산업은 수출품목 순위에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위를 지켰지만 수주 가뭄과 발주 취소 등으로 내년 전망은 밝지 않은 편이다.

수출 시장 가운데선 중국이 효자였다. 중국 정부가 내수 부양을 위한 정책을 펴면서 IT제품과 자동차 부품의 수출이 크게 늘어났다. 한국의 1∼10월 대(對)중국 수출 비중은 작년 21.7%에서 올해 1∼10월 23.6%로 1.9%포인트 늘어나 다른 시장에서 줄어든 손해를 만회했다. 노성호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중국이 가전제품의 지방 보급을 늘리는 가전하향(家電下鄕) 정책과 자동차 보급을 늘리는 기차하향(汽車下鄕) 정책으로 국내 수출산업이 혜택을 보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본에 대한 수출은 크게 감소했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대일본 수출은 176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2%나 급감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출 감소율(19.7%)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 내년 수출, 출구전략이 변수

내년 수출 전망은 올해보다 한층 밝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측한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올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돌아서 3.1%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 성장률이 ―3%대까지 추락할 전망인 선진국들이 내년 1.3% 성장세로 돌아서면서 선진국 수입수요가 늘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그러나 내년 원-달러 환율이 연평균 1100원대 초반으로 예상되면서 올해 누린 원화가치 약세 특수(特需)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올해 사상 최대 무역흑자에 기여했던 원유 값도 배럴당 80달러(두바이유 기준)대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대한 부담이 크다. 각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출구전략 시행도 걸림돌이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세계 경기의 회복세 전환과 자원부국들의 수입수요 확대 등으로 내년 수출은 올해보다 13.3% 늘어난 4100억 달러 선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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