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골프]필드에선 ‘투고타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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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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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열린 야구인 골프대회
투수출신 양상문 최고성적
“하체 튼튼해 샷 흔들림 적어”

야구 선수 중에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타자보다 투수 중에 골프 고수가 많다. 23일 열린 제28회 야구인 골프대회에서 각각 롱기스트와 우승을 차지한 KIA 투수 이대진(왼쪽)과 외야수 이종범이 드라이브샷을 날리고 있다. 사진 제공 KBO
야구 선수 중에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타자보다 투수 중에 골프 고수가 많다. 23일 열린 제28회 야구인 골프대회에서 각각 롱기스트와 우승을 차지한 KIA 투수 이대진(왼쪽)과 외야수 이종범이 드라이브샷을 날리고 있다. 사진 제공 KBO
싱글 골퍼인 김재박 전 프로야구 LG 감독은 “야구보다 골프가 더 쉽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골프는 제자리에 있는 공을 정확히 치면 되는 데 비해 야구는 투수가 던지는 다양한 구질과 코스의 공을 쳐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실제로 야구 선수 출신 중에는 프로 뺨치는 골퍼들이 적지 않다. 그러면 투수와 타자 중 누가 골프를 더 잘할까. 상식적으로는 공을 치는 게 일인 타자가 한 수 위일 것 같다. 하지만 필드에서는 투수 출신 골프 고수가 훨씬 많다.

23일 경기 남양주시 해비치CC에서 열린 제28회 야구인 골프대회. 참가자 중 최고의 스코어를 적어 낸 사람은 선수 시절 왼손 투수로 활약했던 양상문 롯데 2군 감독이었다. 버디 1개와 보기 6개로 77타의 성적. 신페리오 방식으로 핸디캡을 적용받아 준우승을 차지한 사람은 10년 연속 10승 투수인 이강철 KIA 투수코치였고, 3위는 통산 210승을 거두고 은퇴한 송진우(전 한화)였다. 둘은 각각 86타와 82타를 쳤다.

드라이브샷을 가장 멀린 친 사람 역시 KIA 투수 이대진으로 305야드를 날렸다. 왕년의 강타자였던 김기태 LG 2군 감독이나 마해영 해설위원, 김성래 전 SK 타격코치 등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는 참가하지 않았지만 ‘국보 투수’로 불렸던 선동열 삼성 감독도 베스트 스코어 66타에 앨버트로스까지 작성한 적이 있는 고수 중의 고수다.

이에 대해 양상문 감독은 “야구 스윙과 골프 스윙은 다르다. 타자들은 아무래도 야구 스윙이 몸에 배어 있다. 투수들은 고교 때까지 타격을 해본 경험이 있어 임팩트가 좋은 데다 골프 스윙으로 바꾸는 데 거부감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종규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장은 “훈련을 할 때 투수들은 하체에 힘을 싣기 위해 달리기를 많이 한다. 하체가 안정되다 보니 샷을 할 때 흔들림이 적다”고 했다. 타자들은 타격을 할 때 손목을 많이 이용하는데 이것은 골프에서 훅이 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투수들조차 혀를 내두르는 종목이 있다. 바로 필드하키나 아이스하키다. 하키 선수들의 슛 동작은 골프 스윙과 거의 흡사하다. 더구나 항상 움직이는 공이나 퍽을 치기 때문에 정지된 공을 때리는 골프는 무척 쉽게 느껴진다고 한다.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단의 양승준 부장은 “아이스하키 출신 가운데 골프를 어렵다고 하는 사람을 거의 못 봤다. ‘일찍부터 쳤으면 미국프로골프(PGA)에 진출했을 것’이라고 농담을 주고받곤 한다”고 말했다. KPGA 정회원인 숙명여대 이경철 사회교육대학원 골프매니지먼트 주임 교수는 연세대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이다.

물론 타자 출신 골프 고수도 상당히 많다. 올해 야구인 골프대회 우승자는 80타를 친 KIA 외야수 이종범이었다. ‘야구 천재’ 소리를 들었던 이종범은 골프에서도 거의 완벽한 스윙을 구사한다. 천재는 괜히 천재가 아닌 듯싶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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