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규제에 비틀, 주세에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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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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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전통주 키운다는데… 업체들의 한숨

● 이런 것 아는지

평균 자본금 6046만 원 불과
“투자-판촉비 없어 수출 꿈못꿔”

● 이렇게 지원을

“인터넷 판매 허용해주고
소규모 업체는 주세 감면을”



낮은 매출, 소량 생산 구조, 좁은 판매망, 세금 부담, 시설자금 부족….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는 이 같은 전통주 업체의 시름과 한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전통주 업체의 현실에 대한 간헐적인 조사는 있었지만 원료 조달 방법, 운영 현황, 수출 여부, 향후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현행 주세법상 전통주는 원료의 50% 이상을 자가 생산 농산물로 사용해야 하는데 대형 술 제조업체 중 이 규정에 맞지 않는 곳은 조사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한 전통주 업체 대표는 “최근 전통주의 인기는 막걸리 인기라고 봐야 맞다”며 “막걸리를 제외한 대다수의 전통주 업체는 여전히 어려운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주 열풍이 불고 있다지만 정작 업체들에는 ‘전통주의 봄’은 아직도 먼 이야기인 것이다.

○ 주세 차등화, 홍보 활동 지원 필요

‘전통주 수출 확대’는 정부가 추진하는 전통주 정책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정부는 전통주 수출 확대를 통해 한국의 대표 술을 육성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전통주 업체들의 수출 전망은 비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60개 업체 중 수출 경험이 있는 업체는 20%인 12곳에 불과했다. 향후 수출 전망에 대해서도 ‘전망이 어둡다’는 응답이 41.6%인 반면 ‘전망이 밝다’는 응답은 16.6%에 그쳤다. 업체들은 수출 애로사항으로 ‘가격이 비싸 가격 경쟁력이 낮음’(41.7%), ‘제품 홍보 및 판촉 부족으로 인지도가 낮음’(25.0%), ‘독자적 시장 개척 및 관련 투자의 어려움’(16.7%)을 꼽았다. 농촌경제연구원은 “현행 주세(酒稅)는 매출액에 관계없이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며 “영세한 전통주 업체에 불리할뿐더러 가격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 영세 업체들에 있어서 시설 투자비용과 홍보비용도 부담이다. 경기도의 한 전통주 업체 대표는 “수출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1억 원이 넘는 시설 투자자금이 걸림돌”이라고 털어놨다. 수출을 위해서는 대량생산 설비, 살균시설이 필수적이지만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여력이 없다는 것. 그는 “정부가 시설비용의 30%를 지원해 주기는 하지만, 나머지 70%를 대기 힘든 업체가 대부분”이라며 “수출은 했지만 가격이 높아 판매도 안 되고, 홍보비가 없어 판촉도 못해 결국 철수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덧붙였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전통주 주세 인하와 함께 유망한 영세업체에는 시설 및 기술 개발비 자금을 충분히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적은 비용으로 수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국제주류박람회 등의 문화 마케팅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인터넷 판매 허용 시급

제한된 유통 구조도 전통주 업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현행법상 전통주의 통신 판매는 우체국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에 대해 농촌경제연구원은 “전통주 시장을 넓힐 수 있도록 인터넷 판매를 전면적으로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업체들은 전통주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과제로 ‘주세 차등화’(78.3%)와 함께 ‘인터넷·통신 판매 확대’(45.0%)를 꼽았다. 충북에서 전통주를 생산하는 A 씨(56)는 “우체국 통신 판매로 인한 매출보다 포장재 비용, 홍보 팸플릿 의무 구입 비용이 더 크다”며 “하지만 유일한 통신 판매 창구인 만큼 어쩔 수 없이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법만 바뀐다면 당장 지방자치단체, 기업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에 입점할 것”이라며 “알음알음 찾아오는 손님에게만 팔고 있는 현실에서 전통주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 담당 부처 통일해 조속한 지원을

전통주 관련 부처나 기관별로 업무가 제각각인 점도 문제다. 한 전통주 업체 관계자는 “문화재청에서 무형문화재로 지정해 준다고 하더니,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명인(名人) 지정을 해준다고 하더라”며 “각자 보여주기 식 지원만 내놓기보다 업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았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금까지 정부의 전통주 지원 대책에 대해 업체들은 ‘보통’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조사 결과 행정절차 간소화, 첨가물 제한 완화 등의 조치에 대한 만족도는 평균 2.75점(5점 만점)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양조시설에 대한 규제 완화 △온라인 쇼핑몰 내 전통주 판매 확대 △술 원료 연구소 설치 등을 골자로 하는 ‘우리 술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년에 입법 예고할 방침이다. 업체들은 “중요한 몇 가지 정책만이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농촌경제연구원 이동필 본부장은 “최근 정부의 정책 방향은 맞지만, 업체의 현실은 예상보다 어렵기 때문에 조속히 시행하는 것이 절실하다”며 “업체들도 과실주 청주 약주 등 주종별 협회를 조직하고, 공동 활동을 통해 영세성을 극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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