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전세난… 매물 품귀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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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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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년새 10%이상 올라… 방학 앞두고 ‘금값’

수도권 1억미만 매물 ‘실종’… 내년에도 공급적어

서울 강남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모 씨(36)는 대치동의 99m²(30평형) 빌라 전세 재계약을 포기하고 개포 주공 1단지의 56m²(17평형)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다. 1억2000만 원 했던 전세금이 1억8000만 원으로 6000만 원이나 오른 데다 인근 주택들도 가격이 많이 올라 강남에서 계약할 수 있는 전셋집은 10년 넘은 재건축 아파트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 초 서울을 중심으로 급등했던 전세금이 좀처럼 내리지 않으면서 세입자들의 전세난이 가중되고 있다. 학군 수요와 신혼부부 등 전세 수요는 계속 늘고 있지만 물량이 많지 않아 전셋집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 당분간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재건축 이주 및 보금자리주택 입주를 위한 대기 수요까지 겹치면서 내년 초 전세금이 다시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 수도권 1억 원 미만 전셋집은 ‘옛말’

대치동과 역삼동 등은 겨울방학을 앞두고 전셋집을 선점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중소형 전세 매물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대치동 선경 1, 2차, 역삼동 역삼 아이파크와 역삼 e-편한세상, 역삼래미안, 도곡동 도곡렉슬 등은 올 초보다 1억 원 이상, 8월보다 2000만 원 이상 올랐지만 찾는 사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치동 한티역부동산 김권재 사장은 “겨울방학을 맞아 문의 전화는 많지만 매물은 평형별로 2, 3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전세금이 저렴해 신혼부부 등이 많이 찾던 구로구나 관악구의 소형 아파트들도 가격이 치솟고 있다. 구로구 신도림동 동아 2, 3차와 신도림 4차 e-편한세상은 일주일 사이 전세금이 500만∼1000만 원 상승했고, 관악구 봉천동 관악푸르지오도 500만 원 정도 올랐다.

이에 따라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역세권 아파트 중 1억 원 미만의 전세금으로 구할 수 있는 집도 급격히 줄고 있다.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올 초 37만6520채로 집계됐던 수도권의 1억 원 미만 전셋집이 11월 현재 34만1431채로 10% 가까이 줄었다.

○ 수요 많지만 공급이 적다

문제는 이러한 가격 상승의 근본 원인인 공급 가뭄이 내년에도 별반 나아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0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30만 채가 조금 넘어 2000∼2008년 평균 입주량인 31만7758채보다 1만4191채 적다. 서울의 입주 예정 물량도 3만5557채로 2000∼2008년 평균 입주량(5만7568채)의 62%에 불과하다. 내년 오피스텔 입주량도 전국 5827실, 서울 679실로 평년에 크게 못 미친다.

정부가 늘어나는 1, 2인 가구의 전월세 수요를 흡수하겠다며 내놓은 도시형생활주택 사업승인 건수도 10월 말 기준으로 전국 9건 총 530채이고 서울은 2건에 불과하다. 사업성 검토에 들어갔던 대형 건설사들이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사업을 보류 또는 취소하고 있다.

반면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현재 서울에서 관리처분인가가 난 재개발구역은 2006년 6개 구역 조합원 1868명에서 지난해 21개 구역 9596명으로 증가했고 세입자까지 포함하면 한 해 4만 가구 이상의 이주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로 전세 살던 사람이 집을 사기가 쉽지 않은 데다 보금자리주택 청약을 기다리는 사람들까지 가세해 전세금 상승 압력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말했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뉴타운 사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해 수요를 조정하고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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