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바람 타고 잔디시장 ‘파릇파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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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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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옥상정원 수요 늘어 전남장성 중심 작년 30% 성장
내년 유통센터 설립 계기로 규격화-품종개량 본격 추진

전원주택이나 옥상 정원용으로 수요가 늘어나면서 잔디 시장이 커지고 있다. ‘국내 잔디 생산의 메카’로 불리는 전남 장성군 삼서면. 사진 제공 장성군
전원주택이나 옥상 정원용으로 수요가 늘어나면서 잔디 시장이 커지고 있다. ‘국내 잔디 생산의 메카’로 불리는 전남 장성군 삼서면. 사진 제공 장성군
전남 장성군 삼서면을 찾은 사람들은 논밭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각종 작물 대신 잔디가 빼곡히 심어진 논밭이 흡사 초록색 카펫을 깔아 놓은 것처럼 보인다. 장성군 관계자는 “논이 아니라 골프장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20여 년 전부터 시작한 잔디 재배가 드디어 결실을 거두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동안 정체상태였던 잔디시장이 참살이, 친환경 트렌드에 힘입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정부도 잔디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기로 하고 장성군에 잔디 전문 산지유통센터를 설립해 지원하기로 했다.

○ ‘봄’ 맞은 잔디시장

일찌감치 잔디 농사를 시작한 장성군에는 국내 잔디 생산 농가의 86%인 1500여 농가가 있다. 장성군 관계자는 “장성군에는 원래 양잠사업을 하는 농가가 많았지만, 이것이 사양화하면서 20여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잔디 재배에 매달리기 시작했다”며 “장성군을 보면 우리나라 잔디시장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고 밝혔다.

과거 잔디 수요는 1986년 아시아경기.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전후해 크게 증가한 것을 제외하면 골프장과 묘지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잔디 수요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장성잔디생산자협의회 정용성 회장은 “예전에는 골프장 묘지 등 넓은 곳의 수요가 많아 30×30cm 크기로만 판매했지만, 2∼3년 전부터 개인 정원, 옥상 정원 수요가 늘면서 좁은 공간에도 활용할 수 있는 20×20cm, 15×15cm 크기로도 판매하고 있다”며 “지난해와 올해는 생산한 물량을 모두 팔았다”고 말했다. 이 덕분에 지난해 장성군 잔디 농가의 매출은 전년 대비 30% 가까이 늘었다.

한국잔디협회 심규열 부소장은 “조경 시설과 학교 운동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잔디시장은 매년 20% 수준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 싹은 텄지만…

잔디시장이 커지자 정부도 본격적인 지원에 나섰다. 산림청은 2010년부터 장성군에 잔디 전문 산지유통센터를 설립하고 직거래 추진, 잔디 유통시스템 개선 등을 시작할 예정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현재 전국에 1840여 잔디 농가가 연 300억 원가량의 잔디를 생산하고 있다”며 “경관 개선, 도시열섬 현상 완화, 토양 유실 방지 등 잔디의 용도가 많아지고 있어 지속적인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유통센터 설립 등 잔디산업 지원의 청사진은 마련했지만 실질적인 지원은 미미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많다. 잔디시장 세부 수요, 식재 현황 등에 대한 통계도 아직 구축하지 못한 상태다. 한국잔디협회는 “생산농가, 유통상인 등을 통해 국내 잔디 수요를 골프장(40%), 묘지(30%), 조경시설(25%), 학교운동장 등 기타(5%) 정도로 파악하고 있을 뿐”이라며 “잔디 식재 현황도 스포츠 시설(총 2억9333만 m²)을 제외하고는 파악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산림청은 “잔디시장이 활성화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아 지원이 다소 소홀했지만, 본격적인 지원을 위해 잔디산업 활성화 연구용역을 의뢰했다”며 “2010년 유통센터 설립을 시작으로 잔디 규격화·표준화, 품종 개량 등 다양한 지원을 통해 잔디 산업을 녹색 산업의 핵심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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