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은행장 후보, 금융당국이 사전심사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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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임원 선임전 전문성 - 청렴성 검증 추진… ‘관치금융’ 논란

내년부터 은행들은 은행장을 포함한 경영진을 선임하기 전에 후보자를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하고, 당국은 전문성과 청렴성을 검증하는 ‘사전 적격성 심사’를 통해 부적격자를 걸러낼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이 은행 경영진 선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장치가 제도적으로 마련되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은행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평판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은행 경영을 맡아 금융부실을 초래하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추진 과정에서 관치금융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위기 이후 금융감독 과제’ 보고서를 금융위에 제출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은행 임원 선임 때 감독당국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영국 사례를 참고해 경영진 자격요건과 적격성 심사기준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업 감독규정을 개정해 은행장, 수석부행장, 감사 등 임원의 자격요건을 대폭 강화하고 금융지주회사가 임원 후보를 주주총회에 상정하기 전 금감원에 먼저 보고토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현행 감독규정은 임원 자격과 관련해 ‘미성년자, 범법자, 징계를 받은 지 얼마 안 되는 사람은 안 된다’는 식의 결격 사유만 나열하고 있다. 이런 문제 인물이 임원으로 추천된 적이 없는 만큼 적격성 심사 과정도 요식행위에 그쳐 1998년 이 규정이 만들어진 이후 금감원이 거부권을 행사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은행장과 임원의 전문성과 청렴성을 판단할 수 있는 요건이 감독규정에 더해져 금감원이 ‘부적절한 인물’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임원 자격에 ‘시중은행 5년 이상 근무’ 같은 조건이 추가되면 증권업계에만 있었던 사람이 은행장으로 선임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금융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전문성과 청렴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사실상 주관적인 잣대로 적격성 심사를 하게 되면 당국의 취향에 맞는 인물로 은행 경영진이 채워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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