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퍼뜨리자” 좌석예약 94분만에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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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6일 03시 00분



TEDx 서울행사 인기폭발
“인터넷으로 지식공유” 표방
한국 전문가들 연사로 나서


2001년 아프리카 말라위의 열네 살 소년은 망가진 자전거와 버려진 자동차의 철판을 이용해 전구 네 개와 라디오 두 대를 작동시킬 수 있는 간이 풍력발전기를 만들었다. 2007년까지는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2007년 미국 새플링재단의 TED 콘퍼런스 주최 측이 소년의 얘기를 알게 되면서 모든 게 변했다. 소년은 그해 TED 콘퍼런스의 연사로 초청됐다. 아무것도 없는 말라위의 초원에서 전기를 만들어낸 소년의 이야기는 유튜브를 통해 삽시간에 세계로 퍼져나갔고 소년은 이후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이란 책을 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생각을 공유하고 영감을 나누는 TED의 방식이 이런 거짓말 같은 일을 현실로 만들었다.

○ 서울이 세상을 이롭게 한다

28일에는 TED의 지역 독립행사인 ‘TEDx서울’이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유플렉스에서 열린다. 주최 측이 14일 홈페이지를 통해 등록을 접수하자 94분 만에 좌석 160석의 예약이 동날 정도로 시작 전부터 호응이 뜨겁다. ‘대기석’ 70석도 이날 모두 예약됐다.

TEDx서울 또한 생각을 공유하고 영감을 나누겠다며 주제를 ‘홍익인간’으로 정했다. 단군의 건국이념처럼 다양한 사람의 생각으로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자는 뜻이다. 그래서 퓨전국악인 이자람 씨가 판소리에 서양음악이나 현대어를 넣어 국악을 재해석한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고, 환자가 편히 찾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 가운을 벗고 병원을 커피숍 형태로 개조한 의사 김승범 정혜진 씨가 자신들의 ‘병원 실험’을 소개한다.

○ 생각은 퍼뜨릴수록 가치있다

미국에서 매년 개최되는 TED 행사에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부터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전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소장, 소설가 알랭 드 보통 등 쟁쟁한 명사가 강연을 맡았다. 강연료도 없고, 18분이라는 발표시간 제한도 있지만 이 자리에 서는 명사는 계속 늘고 있다. TEDx 프로그램 또한 더 많은 지역으로 퍼지고 있으며 중국어 프랑스어 일본어 등 다양한 언어로 된 강연들이 자원봉사자에 의해 영어로 번역돼 TED 홈페이지(www.ted.com)에 소개된다. TEDx서울의 강연도 행사 당일 TEDx서울 홈페이지(www.tedxseoul.com)로 생중계하고 행사 뒤에는 모든 강연에 영문 자막을 곁들여 TED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 세계인과 공유할 예정이다.

TEDx서울 역시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생겼다. 올해 6월 정보기술(IT) 업체에 근무하던 류한석 씨가 “한국에서도 TEDx서울 모임을 만들자”는 내용을 TED 홈페이지에 올리자 서로 얼굴도 몰랐던 세 명의 자원봉사자가 기꺼이 “그러자”고 답한 게 시작이었다. 이들은 곧바로 홈페이지를 만들었고, 강연자 섭외와 스폰서 업체를 구하는 일을 나눠 맡았다. 류 씨는 “영감과 아이디어가 사회로 바이러스처럼 퍼져 조금씩 우리 사회를 발전시켰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TEDx::
TED는 1984년 미국의 공학도와 예술가, 디자이너들이 모여 만든 작은 포럼에서 시작된 비영리 콘퍼런스. 공학(Technology), 예술(Entertainment), 디자인(Design)의 첫 글자를 땄다.
비상업적 비정치적 비종교적이라는 TED의 가이드라인을 지키면서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자체적으로 주관하는 독립행사가 TEDx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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