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테스코 ‘일자리 나눠 사회공헌’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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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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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영국 테스코 맨체스터 치텀힐점에서 만난 빌 모스 씨가 매장에 설치된 ‘그린스토어 재활용센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센터는 공병이나 캔 등을 모아 재활용을 하고 있다. 1년 전까지 실업자였던 모스 씨는 테스코의 지역사회 재건 프로젝트 시행 이후 이곳에서 친환경 관리업무와 지역사회 업무를 맡게 됐다. 사진 제공 홈플러스
3일 영국 테스코 맨체스터 치텀힐점에서 만난 빌 모스 씨가 매장에 설치된 ‘그린스토어 재활용센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센터는 공병이나 캔 등을 모아 재활용을 하고 있다. 1년 전까지 실업자였던 모스 씨는 테스코의 지역사회 재건 프로젝트 시행 이후 이곳에서 친환경 관리업무와 지역사회 업무를 맡게 됐다. 사진 제공 홈플러스
■ 맨체스터 치텀힐 매장 가보니

직원 75% 지역 소외주민 채용
탄소제로 점포만들기도 한창


“여기서 일하는 직원 280명은 1년 전까지 실업자 신세였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유통회사의 실업자 구제책이 동네 하나를 다시 살린 셈이죠.”

3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만난 빌 모스 씨는 지난해까지 전형적인 ‘선진국’ 실업자였다. 국가의 실업수당을 받아 생계를 꾸렸다. 그러던 올해 1월 자신이 살던 곳 근처에 테스코 치텀힐(cheetham hill)점이 문을 열었다. 그는 친환경 홍보와 지역사회 봉사가 주 업무인 지역사회 지킴이(community champion)로 채용됐다. 모스 씨는 점포를 견학 오는 사람들에게 치텀힐점의 친환경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견학 온 어린이들이 나중에 부모의 손을 잡고 빈 깡통 하나라도 재활용하겠다며 찾아올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해외 대형 유통업체의 경쟁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상품 종류나 가격을 두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기여도나 친환경 활동 등을 무기로 소비자들에게 파고들고 있다. 이와 같은 경쟁은 유통업이 포화상태인 선진국 시장에서는 일반적이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 새로운 유통 키워드는 ‘배려’

‘지역사회 재건(Regeneration Partnership).’ 테스코가 실업자나 사회 소외계층의 사람을 직원으로 뽑는 프로젝트 이름이다. 테스코는 7년 동안 20개 점포에서 소외계층의 4500명에게 일자리를 줬다. 치텀힐점도 전 직원의 75% 수준인 280명의 지역 소외주민을 직원으로 뽑았다. 지역사회 재건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점포들은 개점 전에 해당 지역에서 취업박람회를 열고 취업 희망자들을 인터뷰한다. 간단한 영어와 산수 실력만 검증되면 6주 교육 후 채용된다.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는 일자리 창출에서 그치지 않는다. 4일 찾아간 런던 중심부 리젠트 거리의 테스코 리젠트점은 메트로급(약 300평) 점포다. 한국의 대기업슈퍼마켓(SSM)보다 조금 더 큰 수준이다.

이곳에서 만난 존 티머시 테스코 대외협력팀 과장은 “규모가 작은 메트로와 익스프레스급(약 30∼50평) 점포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영업시간 및 판매 품목을 먼저 협의한 후 개점한다”며 “지역사회 주민들과도 영업시간과 품목을 사전에 의논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모습으로 지역사회의 호응을 얻는 것이다.

○ 이제 환경소비가 대세

테스코의 또 다른 관심은 환경에 쏠려 있다. 테스코는 2050년까지 매장에서 배출하는 탄소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테스코가 취급하는 제품 중 전구와 세제, 우유에 이르는 114개 품목은 이미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량이 표시돼 있다.

테리 리히 테스코 회장은 지난달 코카콜라와 SC존슨 등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영국 정부 관료 등을 초청한 자리에서 “기술 개발이나 정부 규제만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소비자를 친환경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소비자를 친환경적으로 바꾼 후 미래의 ‘환경 소비’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것이 테스코의 전략이다.

설도원 홈플러스 전무는 “국내 유통업계는 그동안 지나치게 마케팅 목적으로만 소비자를 연구해 왔다”며 “소비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 친환경 소비로 유도하는 것은 정부보다 유통 기업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런던·맨체스터=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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