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한전-KT 골리앗 싸움에 고민하는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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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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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형 전력망’ 선정 놓고, 양측 ‘사업독점’ 공방 치열

전력과 통신 분야의 두 ‘골리앗’이 벌이는 신경전에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9일 지식경제부는 ‘지능형 전력망(스마트 그리드)’ 제주 실증단지 구축을 위한 사업자 신청을 받았습니다. 전체 5개 부문 중에서도 전기요금을 실시간으로 체크해 똑똑한 전기 소비를 하게 해주는 ‘스마트 플레이스’ 부문의 경쟁이 특히 치열합니다. 한국전력공사, LG전자, KT, SK텔레콤 등 4개 사업자가 각각 컨소시엄을 꾸려 참여했습니다. LG텔레콤은 LG전자 컨소시엄에 포함돼 있습니다.

여기서 골리앗 간의 싸움이 벌어집니다. 통신 골리앗인 KT는 이달 초 ‘LG텔레콤 파워콤 데이콤 등 LG 계열 3개 통신사의 내년 1월 합병이 스마트 그리드 시장의 공정 경쟁을 막을 수 있다’는 의견서를 공정위에 제출했습니다.

LG 계열 3개 통신사의 합병으로 한전이 LG텔레콤의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한전과 LG텔레콤이 전력 분야와 유무선 통신망을 활용해 스마트 플레이스 사업을 독점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통신업계의 주장입니다. 실제 LG파워콤 지분 38.8%를 갖고 있는 한전은 합병이 끝나면 LG텔레콤 지분 약 7.5%를 갖게 돼 2대 주주로 올라섭니다. 과거 한전이 통신사업 진출을 염원해 왔다는 점에 비춰보면 통신과 전력의 시너지를 위해 LG텔레콤과 다양한 협력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통신업계의 관측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2020년 40조 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스마트 그리드 사업을 신(新)수종 사업으로 결정한 통신회사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나친 억측’이라는 의견도 많습니다. 지경부 당국자는 “스마트 플레이스 분야에서 한전과 LG전자(LG텔레콤 및 파워콤 포함)는 서로 경쟁관계인데 어떻게 밀월관계가 형성되겠느냐”며 “4개 컨소시엄 중 3개를 선정할 예정이기 때문에 한 회사가 사업을 독점할 일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전 측도 “합병으로 자연스럽게 LG텔레콤 지분을 갖게 되는 것일 뿐”이라며 통신업계의 우려를 일축하고 있습니다.

당초 크게 신경 쓰지 않던 공정위도 전력과 통신기업들이 신경전을 벌이자 조사 기한을 연장하면서 경쟁을 제한하는 요소가 있는지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최근 각종 굵직굵직한 담합 사건으로 정신이 없는 공정위가 통신과 전력이 융합된 컨버전스 시대의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게 된 것입니다. 골리앗 간의 싸움에 공정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박형준 경제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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