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초밥에 바코드 부착 ‘혁신’…폐기율 30%→ 5%로 낮춰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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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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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비스 R&D 국제회의 발표 사례

‘구라 스시’는 일본 오사카에 있는 회전초밥 체인점이다. 이 식당은 만든 지 30분이 지난 스시는 버리는 걸 원칙으로 한다. 스시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다 보니 만든 스시의 30%를 버려야 했다. 고민에 빠진 경영진은 손님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손님들이 스시를 먹는 차례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분석을 위해 각 스시 접시에 바코드를 붙이고 테이블 옆으로는 먹고 난 스시 접시를 바로 반납할 수 있는 장치와 바코드 리더기를 설치했다. 이런 장치를 통해 손님들이 스시를 먹는 차례, 평균 식사 시간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 시행착오 끝에 주방에서 ‘감’으로 만들던 스시 대신 손님이 원하는 스시를 제때 회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서비스업에 일본 도요타의 ‘저스트 인 타임(JIT·Just in Time)’ 시스템을 도입한 셈이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스시 폐기율은 5%로 낮아졌고 300여 개의 체인은 연 1000만 달러에 이르는 폐기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선 서비스 연구개발(R&D)을 통해 혁신을 이루는 기업이 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서비스 R&D는 아직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선진국의 서비스 R&D 전략을 공유하고 국내 서비스 R&D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10일 ‘2009 서비스 연구개발 국제 콘퍼런스’를 국내 처음으로 개최했다.

○ 제품과 서비스의 결합 추세

최근 순수 제품과 순수 서비스 형태는 점차 없어지고 제품과 서비스가 결합된 하나의 시스템이 제공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서비스 산업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아이팟이라는 MP3플레이어와 아이튠스라는 다운로드 서비스의 결합이 좋은 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따르면 제조업체 중 제품과 관련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기업은 총매출과 이익의 50%를 서비스 부문에서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들도 제품만이 아닌 제품과 서비스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차량의 기능이 평준화됨에 따라 운전자가 차량 내에서 이용하는 다양한 정보화 기기와 서비스,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해 카 인포테인먼트 사업을 구축했다. 정수기와 음식물처리기 등 국내 1위 렌털 회사인 웅진코웨이는 신용카드회사와의 제휴를 통해 신용카드 사용 금액에 따라 렌털 비용을 공제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 서비스 R&D, 전체 R&D의 4∼5% 수준

서비스 개발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제조업과는 달리 ‘형태가 없는’ 서비스에 어떻게 R&D를 접목할지 모르는 업체가 많다. 지식경제부 권오정 지식서비스 과장은 “많은 중소기업인은 서비스 R&D의 방법론을 모르고 서비스와 R&D를 연관지어 생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R&D는 ‘형태가 있는’ 제조업 분야에서나 하는 것이라는 선입견도 여전히 팽배하다.

한국은 서비스 산업이 국내총생산(GDP) 비중의 57.6%(2007년 기준)로 성장하면서 서비스 R&D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서비스 산업의 고용 비중은 66.7%에 이른다. 그러나 국내 서비스 R&D 투자 규모는 정부와 민간 R&D를 합쳐 4∼5% 선에 그치고 있다. 특히 정부 R&D 중 서비스 비중은 2% 내외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과적으로 국내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이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 정부, 서비스 R&D 발전 방안 수립

서비스 R&D를 통한 기업의 혁신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스타벅스는 바리스타가 일하는 시간의 3분의 1은 걷고 꺼내고 구부리는 등의 움직임이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되자 매장 직원의 움직임을 효율화하기 위한 시스템을 미국 1만여 매장에 도입해 커피 제조 시간이 25초에서 23초로 줄었으며 프라푸치노는 45초에서 38초로 줄었다.

지식경제부가 주최하고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주관한 서비스 R&D 국제 콘퍼런스에서는 최근 기업들이 서비스 R&D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부가가치를 확대한 사례들이 발표됐다. 지경부는 범부처 차원의 서비스 R&D 종합 발전방안을 수립하고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서비스 생산 및 전달체계, 제조와 서비스의 융합을 포함해 의료, 교육, 관광 등 다양한 서비스 산업별 R&D 추진방안을 지원할 계획이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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