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엄청 비싸거나, 아예 공짜거나, 고객에 맡기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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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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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가격결정 트렌드 ‘극단적 전략’

“원가에 적당히 이윤 붙이는
기존 가격 결정방식은 한계
소비자 효용 가치도 감안해야”

당신이 여름날 해변에서 차가운 콜라(캔당 도매가 300원) 50캔을 얼음(1000원)에 채워 얼음통(9000원)에 넣고 다니며 파는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하자. 일반적인 방식에 따르자면 콜라 1캔의 소매가는 도매가(300원)에 얼음통 가격(180원)과 얼음값(20원), 그리고 적정이윤(원가의 20%라고 할 때 100원)을 합한 600원이 된다. 이 가격은 과연 적절한 것일까.

가격은 마케팅의 핵심 요소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위의 사례처럼 단순히 원가에 적정 마진을 붙여 가격을 산정하는 기업이 많다.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에 문제가 많다고 강조한다. 공급자 관점에서 가격을 정하면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와 큰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44호(11월 1일자) 스페셜 리포트로 효과적 가격전략 수립 방법론과 새로운 흐름 등을 소개했다. 다음은 주요 내용 요약.

전성률 서강대 경영대 교수는 “가격을 결정할 때 제품 원가와 목표 이익만 고려하지 말고 소비자가 지각하는 자사 및 경쟁사 제품의 가치와 가격수준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 지각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가격을 정하려면 원가가 아니라 ‘총 경제가치’를 계산해야 한다. 총 경제가치는 소비자들이 특정 제품에 대해 느끼는 ‘준거가치’와 ‘차별가치’의 합이다.

위의 콜라 사례를 통해 준거가치와 차별가치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만약 해변에서 500m 떨어진 편의점에서 똑같은 콜라를 1000원에 판다면 콜라의 준거가치는 1000원이 된다. 고객들은 원가가 아니라 현재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을 기준으로 가치를 느끼기 때문이다. 또 차별가치는 해변에 누워 있는 소비자가 500m 떨어진 편의점에서 콜라를 살 때와 당신에게서 살 때의 차이점(시간 절약, 편리함 등)에 대해 느끼는 가치다. 따라서 총 경제가치를 근거로 하면 당신이 파는 콜라 가격은 최소 1000원 이상으로 정할 수 있다. 총 경제가치는 이처럼 ‘원가+이윤’ 개념의 가격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가격을 정하도록 유도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준거가치와 차별가치가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만약 당신이 해변의 소비자들에게 ‘지금 이 순간 콜라를 마심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기쁨’을 설득력 있게 강조한다면 차별가치가 더 높아진다. 준거가치도 소비자들이 자사 제품의 대체재를 무엇으로 인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소비자들이 해변 근처의 호텔에서 파는 콜라의 가격(3000원)을 비교 대상으로 삼는다면 콜라값을 훨씬 높게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예전에 볼 수 없던 극단적인 가격 전략(아주 비싸거나, 공짜이거나, 아니면 공식적인 가격이 없는)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나준호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런 가격전략이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복잡해진 시장환경 속에서 제품 포트폴리오 전체의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기업의 전략적 의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①플래그십 가격 전략(flagship pricing)은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갖춘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고가격 정책이다. 플래그십 제품이란 기업이 브랜드력 제고를 위해 만든 ‘대표선수급’ 최고가 제품을 말한다.

플래그십 제품의 가격을 매우 높게 설정하면 해당 제품 자체는 판매 부진으로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은 다양한 장점이 있기 때문에 이런 고가 전략을 시도한다. 가장 대표적인 장점은 자사의 전반적인 브랜드 포지셔닝을 상향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시판한 ‘에쿠스 프레스티지’ 승용차의 가격은 무려 1억520만 원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수입차에 비해 낮게 인식됐던 자사 브랜드 지위를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에서 신형 에쿠스 가격을 높게 설정했다.

또 플래그십 제품에 높은 가격을 매기면 중저가 제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게 느껴진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100만 원대 휴대전화를 경쟁적으로 출시했다. 이는 주력제품인 40만∼50만 원대 휴대전화 가격이 이전보다 더 싸게 느껴지도록 유도하기 위한 포석도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②공짜경제 가격 전략(freeconomics pricing)은 제품의 가격을 크게 낮추거나 아예 소비자에게 공짜로 줘서 사용자 기반을 크게 늘리고 보완재나 별도의 후원자에게서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오스람은 인도에서 빈곤층 200만 가구의 백열전구를 최신 절전형 전구로 교체해 주고 있다. 이 회사는 사업에 따른 손실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에서 발급한 탄소배출권으로 보충했다.

③자발적 지불 전략(PWYW·Pay-What-You-Want Pricing)은 개별 소비자의 지불 의사에 맞춰 가격을 다르게 책정한다. 록그룹 ‘라디오헤드’는 2007년 말 신규 음반 ‘인 레인보(In Rainbow)’에 이 방식을 적용해 큰 성공을 거뒀다. 이들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디지털 음원을 팔면서 팬들이 가격을 1페니(20원)부터 스스로 결정해 결제하게 했다. 놀랍게도 2007년 말까지 디지털 음반을 내려받은 사람은 120만 명, 이들이 지불한 금액은 총 960만 달러(약 115억 원)에 이르렀다. 이 방식은 고정비 지출이 큰 반면 추가로 제품을 생산할 때 드는 비용이 매우 낮거나 가동률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손해를 보지 않는 산업에서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4호(2009년 11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史記의 리더십/혁신파 周 선왕도 자만심엔 졌다

환주(周)나라 선왕(宣王)은 우여곡절과 천신만고 끝에 정권을 잡았다. 선왕은 주나라의 중흥을 위해서는 개혁만이 살 길이라는 생각에 유능한 인재들을 기용해 대거 포진시켰고, 군대를 가다듬어 주변 강국과 소수 민족들을 평정해나갔다. 그러나 집권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향락에 몸을 맡기고 정무를 게을리 했다. 결국 3년 뒤 선왕은 살해되고 말았다. 리더들의 자만(自滿)은 십중팔구 자만(自慢)을 불러오고 끝내는 자멸(自滅)로 이어진다.

▼‘모멘텀 효과’의 석학 장 클로드 라레슈 교수 인터뷰/“인간의 감정을 어루만져라. 제품이 스스로 팔리게 할 수 있다.”

“고객을 행복한 죄수로 만들어라.” 마케팅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장 클로드 라레슈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의 말이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그 제품을 사고 싶다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더 중요하다. 제품을 밀어붙이기 식으로 팔지 말고, 제품 자체가 스스로 팔리는 힘을 갖도록 만들어 성장의 추진력을 얻으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바로 외부 환경의 도움 없이 기업을 성장시키는 추진력, 즉 ‘모멘텀 효과’다.

▼Harvard Business Review/핵심은 사람이다, 합병 성공의 길도…

프랑스의 커뮤니케이션 회사인 퍼블리시스그룹은 자금난에 허덕이던 사치&사치를 인수했다. 그러나 자신들이 거꾸로 사치&사치의 경영 철학과 운영 체계를 받아들이는 입장을 취했다. 바로 주객이 전도된 합병이다. 합병에서 승리하는 기업들은 점령군을 파견하는 정복자처럼 굴지 않는다. 그 대신 그들은 손님을 환대하는 주인 역할을 하며 열성적으로 배우려는 자세를 보인다.

▼회계를 통해 본 세상/골드만삭스가 강한 이유

골드만삭스의 올해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지난해의 36만 달러보다 배 이상 증가한 77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로부터 막대한 공적 자금을 받은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투자은행 업계가 자사 직원들에게 엄청난 보너스를 지급하는 게 과연 온당할까? 월가 투자은행의 보상 체계는 직원들이 회사의 장기 이익보다는 자신의 단기 보너스를 더 추구하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보상 제도를 설계할 때 미래의 불확실성과 위험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기에 투자은행 직원들은 공적 자금 투입 여부에 상관없이 두둑한 보너스를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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