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가계-금융-정부 ‘부채 돌려막기’ 실물경기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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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7일 03시 00분


최근까지 세계 각국은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부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느라 한눈팔 겨를이 없었다. 이런 와중에 대다수 국가의 재정 곳간은 이미 동이나 버렸다. 특히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의 올해 재정 적자는 지난해보다 약 3배나 늘어났을 정도로 시름의 골이 깊다. 앞으로 경기회복이 더뎌 세수는 계속 줄고 재정 지출만 증가한다면 지구촌 곳곳은 국채 금리가 오르고 정부 부채를 더는 감당하지 못하는 어려움에 빠질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각국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부양에 더욱더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되돌아가기에는 이미 너무 먼 길을 왔고 그냥 거두기에는 너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다행히 선진국의 가계부실 요인은 초(超)저금리와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 덕분에 그런대로 위기를 잘 넘기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의 가계 부채도 경기가 회복되고 일자리와 개인소득이 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다. 또한 금융회사들의 부실채권을 처리하느라 급증한 국채 물량과 정부 부채도 실물경기가 회복돼 국민총생산이 증가하면 큰 무리 없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기회복이 지지부진해진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가계 부채에서 금융회사의 부실채권으로, 또 정부 부채로 이어지는 이른바 ‘부채 돌려 막기’가 이제 거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부터는 실물경기가 제대로 돌아 가계 빚이 청산되고 정부 부채가 더는 불어나지 않아야 가계, 은행, 정부가 모두 편안해진다.

특히 미국은 금융부실을 정리하느라 중앙은행이 매입해 준 채권들의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에 통화가 점진적으로 흡수돼야 하는 것은 물론 국채는 국채대로 계속 원활히 소화돼야만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은 저금리를 유지하는 동시에 달러에 대한 체면도 지켜내야 하는 이중 과제를 풀어야 한다.

지구촌 시장은 서로 민감하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시장 전반에서 국가 간의 통합도가 커지다 보니 각 변수의 전파력과 영향력, 반응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더욱이 각국의 집안 문제(가계 부채)가 개별 금융시장을 거쳐 이제는 국가적 문제(정부 부채)로 불거지면서 금융시장의 관전 포인트가 국가 부채와 환율 그리고 이를 풀기 위한 글로벌 공조와 같은 국가적 차원의 문제로 발전됐다. 이들 변수가 국경을 넘나들며 어느 쪽으로 튀든 우리는 그 방향성이 주는 의미와 파급 효과를 냉정히 따지고 대처해야만 한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자고 일어나면 밤새 해외에서 벌어진 일들 때문에 투자 판단이 헷갈리고 고민거리가 쌓이는 날이 많을 듯하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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