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소득보다 과다지출땐 탈루 판단… ‘숨긴 수입’ 추적

  • Array
  • 입력 2009년 11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 지하경제에 초강력 메스

카드사용액-부동산-주식 등 수년간 자료로 지출 역추산
탈세혐의땐 세무조사 착수
지하경제 비중 GDP 27% OECD중 3번째로 높아
‘음지 稅源’ 캐내 재정 확충

정부가 수십 년간 과세의 사각지대였던 지하경제에 세금 징수라는 ‘초강력 메스’를 대기로 한 직접적인 이유는 정상적으로 들어오는 세수(稅收)만으로는 막대한 재정지출에 따른 나라살림의 공백을 메우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기부양용 재정지출의 급증과 각종 감세 조치로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국내총생산(GDP)의 27%로 추산되는 지하경제의 양성화는 세정 당국으로서도 더 늦출 수 없는 절박한 과제가 된 것이다.

무엇보다 지하경제 양성화는 이명박 정부가 강조해 온 ‘낮은 세율, 넓은 세원(稅源)’ 원칙에 부합한다. 정부는 고소득자에 대한 서민층의 위화감을 해소하는 데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세청은 이를 위해 세무조사 강화라는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 한층 두터워진 개인 과세정보와 지출명세를 시스템으로 분석해 탈세 혐의자를 걸러내는 방식을 택했다.

○ OECD 세 번째인 한국의 지하경제

지하경제 양성화는 역대 어느 정권도 이루지 못한 난제이자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불거지는 단골 이슈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의원들의 질책이 있을 때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통해 지출을 투명하게 파악하고, 세무조사를 통해 불성실 신고를 막겠다”는 식의 방어적 답변으로 일관했다.

지난달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의 질의 강도는 예년에 비해 훨씬 세졌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정부가 돈을 풀면서 올해 나랏빚이 GDP 대비 35.6%인 366조 원으로 늘어나고, 내년에는 407조1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현재 GDP 규모인 약 1000조 원의 27%를 지하경제로 가정하면 그 규모가 270조 원이나 된다”며 “조세부담률 20%를 적용하면 정부가 추가로 징수할 수 있는 세금은 54조 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운태 의원은 “국세청 차원의 통상적인 세무조사를 넘어 ‘지하경제 양성화 특별대책기구’를 만드는 등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원들의 이런 주장은 오스트리아 빈츠대 프리드리히 슈나이더 교수팀의 연구가 근거가 됐다. 이 내용을 국회 예산정책처가 분석한 결과 2004∼2005년 한국의 지하경제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6%로 터키(33.2%) 멕시코(31.7%)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세 번째로 컸다.

○ 과도한 지출 파악으로 탈루소득 포착

국세청이 이미 보유한 방대한 소득 정보에 더해 개인과 기업의 지출을 낱낱이 비교할 수 있는 지출파악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것은 세정당국의 해묵은 과제였던 지하경제 양성화에 이제는 행동으로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국세청은 개인의 신고소득과 경비지출 등 30∼40개 항목을 업종별 평균과 비교 분석해 현저하게 낮거나 이상한 점을 발견한 경우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해 왔다. 따라서 실제 소득이 많더라도 업종 평균에 맞춰 적절한 선에서 소득을 신고하면 세무조사를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세청이 도입하기로 한 ‘인별 과세정보 통합관리 시스템’(가칭)이 내년 5월부터 가동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시스템은 개인의 지출 규모를 신용카드 사용 명세, 부동산 및 주식 등 자산매입 금액 등 확보 가능한 전산 정보를 통해 역(逆)추적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예를 들어 세무서에 신고한 소득이 1억 원인데 연간 지출 규모가 이를 훨씬 넘어선다면 비록 업종 평균에 맞춰 적절하게 신고했다고 하더라도 숨겨둔 소득이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국세청의 판단이다. 그동안 정부가 공을 들여온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 현금영수증 제도, 세(稅)파라치 도입 등을 통해 세원 파악이 가능해진 것도 이 시스템의 기반이 됐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지하경제:
공식적인 경제통계에 잡히지 않는 모든 경제활동을 뜻한다. 마약 및 장물 거래, 무허가 영업, 뇌물 수수, 불법 정치자금과 같은 불법적인 경제활동뿐만 아니라 합법적인 경제활동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자영업자의 소득 축소나 기업의 원가 축소 등 조세포탈 및 조세회피 행위를 포함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