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CT&T’ 세계최대 전기차 회사로 떠오르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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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설립 골프카트 제작사
전기차 설계-핵심부품 자체 생산
美-日 등 5개국과 3만8000대 계약
소형차 가격에 月유지비 만원 미만
세컨드 카-업무용 차량 돌풍 기대


‘세계 최대의 전기자동차 회사가 한국에 있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전기차 전문업체 ‘CT&T’ 얘기다. 현대자동차 상용수출본부장 출신인 이영기 사장(사진)이 2004년 세운 CT&T는 국내 골프카트 시장의 약 90%를 차지할 정도로 근거리용 저속 전기차(NEV)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이 회사는 지난해 2인승 저속 전기차 ‘e-존’을 개발한 데 이어 최근 도쿄모터쇼에서 미국 일본 캐나다 등 5개국에 e-존 3만8000대를 납품하기로 계약하는 등 대박을 터뜨렸다.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도전하는 일반 전기차의 개발과 양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상황에서 CT&T는 저속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 하루에 견학 2건, 문의 쏟아져

28일 충남 당진군 고대면 CT&T 당진공장에서는 기자 외에도 전북도 관계자들이 방문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었다. 하루 평균 2건씩의 견학 일정이 있다고 한다. 앤드루 아도니스 영국 교통부 장관도 올해 8월 당진공장을 둘러보고 갔다. CT&T는 2012년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와 선수촌 등에서 쓰일 전기차 1000여 대 공급 계약을 추진 중이다. 정부가 전기차 양산 정책을 발표한 뒤로 자료 협조나 견학, 투자 관련 문의가 매일 쏟아진다고 했다.

150m가량 길이의 생산라인은 비교적 단출했다. 부품 수를 600개 정도로 줄인 데다 차체 작업을 아웃소싱해 금형이나 도장 작업에 해당하는 공정이 없다. 기름 냄새와 용접 소음이 없어 자동차공장보다는 가전제품 공장을 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단순한 조립업체는 아니다. 이 회사 백인영 상무는 “차량 설계는 물론 모터 등 동력 계통의 핵심 부품을 자체 개발·생산한다”며 “전기차 기술 관련 국제특허 2건, 한국특허 6건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근거리용 전기차는 시장성 있다”

CT&T는 도쿄모터쇼에서 2011년까지 세계 40곳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2013년에 세계 시장에서 50만 대를 팔아 매출 7조 원을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CT&T는 현재 당진공장 외에 중국 공장 3곳에서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올 들어 9월까지 누적 판매량 3846대, 매출액이 349억 원인 회사의 목표가 너무 거창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지나친 확장을 추진하다 부품 공급 문제 등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자동차 전문가들도 가능성만큼은 인정한다. 틈새시장 공략이라는 사업 목표가 분명하고 상품성도 좋기 때문이다.

CT&T가 노리는 것은 근거리용 저속 전기차 시장. 완성차업체들이 만드는 풀스피드 전기차(FSEV)는 상용화에 최소 10년은 걸리고, 양산이 돼도 비싼 가격과 충전소 등 인프라 문제가 있다는 것이 CT&T 측 주장이다. 이에 반해 하루 평균 50km 안팎의 이동거리에서 적당한 속도만 내면 되는 NEV는 당장 시장 수요가 있다는 것. 소형차나 준중형차 수준의 가격(약 1350만∼1950만 원)에다 월 1500km 운행하면 충전하는 데 8000∼9000원의 전기요금이 든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정부가 보조금 지원을 결정하면 소비자의 구매비 부담은 경차 수준(1000만 원 안팎)으로 낮아질 수도 있다. 음식 배달이나 보험 영업, 주차 단속, 우편배달 등의 업무용으로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경제성에 매력을 느낄 만하다. 실제로 서울시와 인천공항 등이 업무 차량용으로 구입했고, 정수기와 학습지 사업을 하는 웅진그룹이 구매를 추진하고 있다.

○ 이르면 내년 초 시내 주행

지금까지는 일반 도로에서 저속 전기차의 운행이 금지된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으나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되면 이르면 내년 2월부터 전기차 시내 운행이 가능해진다. 법안은 최고 속도가 시속 60km 이하인 도로에서 시장·군수·구청장이 운행구역을 정하도록 했다. 서울 시내 대부분의 도로가 대상이다.

이 사장은 “내년 말까지 전기버스, 전기택시, 전기스포츠카를 양산하겠다”고 말했다. 스쿨버스 통근버스 등은 하루 운행 횟수가 적어서 충전 시간을 확보하기 쉽고, 연료비가 적게 드는 4인승 전기택시를 만들면 싼 가격으로 근거리만 다니는 손님들이 찾을 것이라고 했다. 10여 년 뒤 풀스피드 전기차가 대중화되면 NEV의 수명도 다하는 것 아닌가 하는 지적도 나온다. 회사 측은 “일반 가정의 ‘세컨드 카’와 업무용 차량으로 계속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당진=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 저속 전기차 ‘e-존’ 타보니
▼최고 시속 70km… 완전 충전하면 최대 120km 주행

28일 CT&T 당진공장 시험주행장에서 몰아본 저속 전기자동차 ‘e-존’은 공공기관 등에서 쓰기에는 딱히 흠잡을 데가 없어 보였다. 완전 충전하면 다음번 충전까지 최대 120km를 다닐 수 있고 최고 속도는 시속 70km였다.

3단 기어 스위치와 페달 두 개로 운전하는 조작법은 매우 쉬웠다. 시속 45km대까지 가속은 무난했고, 10도 정도의 경사로도 무리 없이 올랐다. 시험주행로가 짧아 최고 속도까지 가속해 보지는 못했다. 폭 1.2m 정도인 트렁크에는 장바구니나 서류가방, 책가방 등 일상생활에서 쓰는 짐 정도는 넉넉히 들어갈 것 같았다. 그러나 자동차 마니아를 만족시키는 차는 절대 아니다. 내부 인테리어는 에어컨디셔너와 카오디오를 갖추는 선에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마무리됐다.

가장 염려스러운 부문은 안전이었다. 회사 측에서는 외부 시험기관에서 실시한 충돌 테스트 결과를 공개하며 “국제 안전기준을 통과했다”고 주장했지만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반 차처럼 보험개발원 충돌시험 등을 거쳐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충전 방식은 가전제품과 다를 바 없다. 좌측 뒷바퀴 옆 주유구처럼 생긴 소켓에 케이블을 연결해 220V 콘센트에 꽂기만 하면 된다. 급속 충전이 아닌 일반 충전에 걸리는 시간은 4시간 정도. 문제는 지하주차장이 없는 아파트단지 등에서 어떻게 차 주변의 콘센트를 찾느냐 하는 점이다. 업무용으로 구입하는 기업·공공기관 등에서는 주차장에 따로 충전스탠드를 설치하는 편이 좋을 듯하다. ‘세컨드 카’ 용도로 추천한다고 해도 한국의 소비자들이 얼마나 이 차를 구입할지는 미지수다. CT&T 측은 “솔직히 내수 시장에서 가정용으로 얼마가 팔릴지 잘 모르겠다”며 “해외 시장과 업무용 판매에 우선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진=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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