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효자’ 반도체 무역역조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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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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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메모리 수출 줄고 비메모리 수입 늘어
현대경제硏 보고서

한국 수출의 일등 공신인 반도체 부문에서 무역 적자가 발생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 전해영 연구원은 28일 ‘한국 반도체 산업의 무역 역조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지난 2년간 반도체 수입증가율이 수출증가율을 웃돌면서 이 부문의 무역수지 흑자가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연구원이 인용한 정보기술(IT)산업 정보통신기기 수출입액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16.0% 감소한 330억 달러, 반도체 수입은 3.9% 늘어난 320억 달러에 이르렀다. 월별 수출입 현황에서도 반도체 수입 증가율은 2007년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22개월 동안 수출 증가율을 앞질렀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반도체를 수출 효자산업으로 부르기 힘들다는 얘기다.

실제로 2008년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지난해 11월 한 달을 제외한 나머지 7개월 동안 반도체 월별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됐다. 반도체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2년 이후 꾸준히 10%대를 유지해 오다 지난해 7.8%, 올해 1∼9월 8.1% 등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반도체 무역수지 흑자 폭이 감소한 배경은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이 2007년부터 꾸준히 떨어져 수출액이 줄어든 반면 주로 수입에 의존하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사용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의 무역흑자는 2007년 1월 19억5000만 달러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기 직전인 지난해 9월 8억1000만 달러로 급감했다. 반대로 비메모리 반도체 무역적자는 같은 기간 8억5000만 달러에서 9억7000만 달러로 늘었다.

이 보고서는 경기 침체로 메모리 반도체의 미국 수출이 감소한 데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메모리 반도체 제품의 역수입이 늘어난 탓도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반도체 부문의 무역적자 가능성과 관련해 국내 반도체 생산구조가 메모리 반도체에 치중한 데 따른 결과라고 분석한다. 한국 기업들이 메모리 반도체 분야 1, 2위라고는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는 부가가치가 작고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에 못 미친다는 것. 전 연구원은 “우리 기업들이 휴대전화와 인공지능 가전제품 등에 사용하는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원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메모리 반도체 수입이 증가한 것은 휴대전화, TV의 수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반도체 무역수지 악화를 크게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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