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up KOREA]“위기? 두렵잖다” 한국기업, 기적의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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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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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의 불황기 뒤집고 우뚝 선 삼성전자-현대車
원가절감 극대화한 LG-포스코 등 “역시 코리아!”

그래픽 임은혜
그래픽 임은혜
《지난달 26일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정부 특별기에서는 만세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국이 내년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으로 선정된 것을 자축하는 대통령과 정부 당국자들의 ‘작은 행사’였다.

G20은 기존 G8을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 질서 체제다. 세계 경제와 정치의 흐름을 주도하는 회담이다.

한국이 G20의 의장국이 됐다는 것은 이 회담의 의제 방향을 주도적으로 설정하게 됐다는 뜻이다.

정부의 ‘외교적 성과’라고도 볼 수 있지만 이제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도 된다.

실제로 한국은 세계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장 빨리 벗어난 나라로 평가받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따르면 한국의 산업생산성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금융위기 이전을 1로 볼 때 올해 상반기 기준 한국의 생산성은 0.94 수준. 이렇듯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위기에서 기회를 찾으려 한 우리 기업의 역할이 컸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기술력과 생산력 수준을 한 단계 높여 세계 최강 기업으로 발돋음하려는 ‘코리아 기업’의 힘과 열정을 느낄 수 있다.

3회에 걸쳐 위기를 도약의 계기로 삼은 우리 기업의 저력을 분석한다.》○ 해외에서 더 빛난 한국 경제의 힘

지난해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는 한국 경제계에도 시련이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시련을 단지 시련으로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위기일수록 기회가 있었다. 한국의 대표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더 빛났다. 해외 경쟁사들이 위기에 발목을 잡혔을 때 오히려 한발 더 나아가는 전략을 썼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세계 반도체 사업은 최근 몇 년간 업체간 출혈 경쟁으로 침체기에 있었지만, 삼성전자는 오히려 반도체 호황기를 대비한 투자에 나섰다. 지난달 기준 DDR2 램 고정가격이 올해 1월(0.8달러)보다 2배(1.6달러)로 급등하면서 반도체는 삼성전자의 효자 상품이 됐다. 삼성전자는 이들의 약진을 발판으로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휴대전화와 TV에서도 세계 시장을 선도했다. 삼성전자는 기존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보다 화질이 좋고 색감이 선명한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를 휴대전화에 적용했다. 국내에서는 ‘자체 발광’이라는 광고 문구로 유명해진 이 제품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삼성전자는 또 유럽 19개국 가운데 16개국에서 액정표시장치(LCD) TV 판매 1위에 올랐다. 세계 자동차 업체가 위기에 빠져있는 상황에도 한국차의 질주는 계속됐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올해 중국 시장에서 외국 업체로는 유일하게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올해 8월까지 중국 시장에서 모두 35만1529대를 팔아 9.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포인트 늘어난 것. 현대·기아차는 또 올해 8월 미국시장에서 사상 처음 월별 판매량 10만 대를 넘어섰다. 해외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올해 3분기까지 해외공장 생산차량의 총 판매 대수는 107만2297만 대에 이르렀다. 3분기 만에 해외 생산 차량 판매 100만 대를 돌파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 뼈를 깎는 비용 절감으로 깜짝 실적, 역시 코리아!

LG전자와 LG화학 등 LG그룹의 주력 회사들도 위기에서 빛났다. 뼈를 깎는 비용절감이 생산성 향상의 원동력이었다. LG전자는 남용 부회장의 주도로 올해 상반기 3조 원의 비용절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생산성이 높아진 LG전자는 올해 2분기(4∼6월) 액정표시장치(LCD) TV 시장에서 분기 판매량 기준으로 소니를 처음 추월하며 삼성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랐다.

LG화학도 김반석 부회장의 ‘스피드 경영’을 바탕으로 원가 절감에 나섰다. 이 회사는 3분기에 7299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이 회사 2분기의 최대 영업이익 6603억 원을 경신한 기록.

포스코 역시 원가 절감으로 3분기에 분기 영업이익 1조 원을 회복했다. 포스코의 3분기 매출은 6조8510억 원, 영업이익은 1조180억 원이다. 올해 상반기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던 포스코는 3분기 들어 직전 분기의 무려 5배나 되는 영업이익을 올려 글로벌 철강사로서의 위상을 되찾았다. 올해 초 비상경영 체제로 돌입한 포스코는 3분기까지 모두 1조1200여억 원의 원가 절감 실적을 올렸다.

위기를 극복한 한국 산업계의 ‘깜짝 실적’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는 최근 금융회사를 제외한 시가총액 상위 100개사(본사 기준) 내년도 영업이익 전망치를 올 45조9261억 원보다 17조269억 원(37.1%) 늘어난 62조9530억 원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자동차 LG전자 현대중공업이 2조 원 이상 한국전력 현대모비스 LG화학 SK텔레콤 ㈜LG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 KT 삼성중공업 등이 1조 원 이상의 영업 이익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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