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産銀 ‘氣싸움’ 길어질 듯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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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물량 보장 등 평행선

GM대우자동차 자금 지원 문제를 둘러싸고 제너럴모터스(GM)와 산업은행이 ‘기 싸움’을 벌이며 협상이 장기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프리츠 헨더슨 GM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을 앞두고 산은이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GM대우차 채권을 회수하겠다”고 엄포를 놓자 GM대우차 측은 16일 만기도래한 채권 1258억 원을 갚으며 자금력에 여유가 있음을 과시했다. 이에 다시 산은은 “21일 마감인 GM대우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맞불을 놓았다.

두 회사가 이처럼 신경전을 벌이는 이유는 GM대우차의 장기 비전을 놓고 시각차가 크기 때문이다. 산은은 향후 중국 공장의 경쟁력이 높아지면 GM이 경차 및 소형차 생산 기지를 중국으로 옮길 가능성이 있으며 그렇게 될 경우 GM대우차는 ‘빈껍데기’만 남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GM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줄이더라도 GM대우차가 자체적인 생존력을 가지려면 독자 기술과 생산 물량이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 때문에 산은은 GM 측에 △GM대우차에 매년 일정 생산 물량 보장 △GM대우차가 개발한 기술에 대한 소유권 인정 △산은의 경영 참여 허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GM의 글로벌 경영시스템에서 이 같은 요구조건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우선 앞으로 시장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정량 또는 일정 비율의 생산 물량을 보장해 달라는 것은 자동차회사들에는 난감한 요구다. 세계에 흩어진 지역본부별로 주력 생산 차종이 다른 GM으로서는 시장에서 반응이 좋은 차종 위주로 그때그때 지역별 생산 물량을 조정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기술 소유권 보장 문제에 대해서도 GM 측은 “차량 개발과정에서 한 지역본부를 기지로 삼긴 하지만 전 세계 GM 기술자들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어느 한 지역본부에 배타적인 기술 소유권을 줄 수는 없다”는 견해를 보인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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